올 들어 정읍 지방에 두 번째 눈이 내렸던 다음 날 아침, 서둘러 시내버스에 올랐습니다. 설경을 제대로 보려면 눈이 녹기 전에 내장산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하얗게 뒤덮인 내장산은 기대했던 대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봄 벚꽃, 여름 녹음, 가을 단풍에 이어, 겨울의 설경이 그 배턴을 받았습니다. 계절의 마지막 주자인 설경은 내장산 4계의 완성품이
정읍사오솔길의 제1코스 중에 두꺼비바위는 중간쯤의 위치에 있는데, 여기부터가 ‘언약의 길’입니다. 이곳엔 꽤 넓고 잘 다음어진 쉼터가 있습니다. 서너 팀들이 숨을 돌리며 쉬고 있습니다. 아줌마들의 유쾌한 수다, 가족들의 정겨운 웃음, 삼락님들의 왕년의 한가락 체험담 등이 어우러져 숲속으로 번져갑니다. ‘사랑의 언약함&rsqu
며칠 전, 퇴임 후 처음으로 학생들 앞에서 다시 수업할 기회가 있었습니다.퇴직 교원단체인‘정읍교육삼락회’에서 실시하는 청소년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강사 자격으로 학생들에게 인성 관련 수업을 하게 된 것입니다. 마지막 수업을 한지 실로 십여 년 만의 교단 수업인지라 마치 새내기 교사처럼 기대와 설렘이 교차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리는 모습은 보는 사람조차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과거엔 생계나 교통수단으로 쓰였다면, 요즘은 건강이나 환경 친화가 자전거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자전거의 성능은 향상되고 모양도 산뜻해졌습니다. 급기야 형형색색의 다양한 부품 중 자신에 맞는 것을 선택하여 조립하는 ‘나만의 자전거’가 나오기에 이르렀습니다. 아무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라는 영화 제목처럼 성적이 반드시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현실 속으로 들어서면 내심 행복은 성적순일 거라는 생각을 쉽게 놓지 못합니다. 현실은 일등과 승리를 지향하는 경쟁 시스템이 엄존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자의에 의해 그에 편승
어린 시절 우리 또래들은 호박에게 화풀이나 재미 삼아 온갖 못된 짓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세 좋게 뻗어가던 호박 덩굴도 지나가는 개구쟁이의 수도(手刀)에 걸리면, 덩굴의 끝은 힘없이 길바닥에 나동그라졌습니다. 때로는 애꿎은 애호박의 얼굴을 긁어 치명상을 입히기도 했습니다. 어른들은 한술 더 떠 호박꽃도 꽃이냐며 무시해버립니다. 굳이 줄을 그으면서까지
매년 이맘때면 내장산은 온통 풋풋한 신록의 향연 속으로 빠져듭니다. 온 산을 연둣빛으로 치장한 신록은 늦봄과 초여름이 서로 배턴터치 하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직접 찾아온 사람들만이 이곳의 신록이 으스대며 뽐을 낼만도 하다가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가 이 무렵 내장산을 찾는 이유도 다름 아닌 ‘신록 맞이’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
매년 이맘때면 내장산은 온통 풋풋한 신록의 향연 속으로 빠져듭니다. 온 산을 연둣빛으로 치장한 신록은 늦봄과 초여름이 서로 배턴터치 하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직접 찾아온 사람들만이 이곳의 신록이 으스대며 뽐을 낼만도 하다가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가 이 무렵 내장산을 찾는 이유도 다름 아닌‘신록 맞이’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함
푸른 달 5월은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달입니다. 수풀은 녹음으로 짙어지고 사람들의 마음은 사랑으로 넘칩니다. 우주에 있는 온갖 사물과 현상이 살아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안으로는 채우고 밖으로는 약동하는 계절입니다. 그래서 노천명 시인은 그의 시에서 ‘풀 냄새가 물씬 향수보다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선가
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의 마지막 잔당(殘黨)이 엊그제를 고비로 슬며시 꼬리를 감추었습니다. 꽃샘추위라는 이름으로 끝까지 버티던 그들도 계절의 순환 법칙 앞엔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소리 없이 강한 봄기운의 위력이 타고난 부드러움으로 승리한 것입니다. 이제 이 땅엔 봄의 전령들이 앞 다투어 몸을 드러낼 것입니다. 성급한 무리들은 이미 출발선을 박차고 나왔
새 학기 첫날의 특별한 학교 풍경은 아마도 새로운 구성원들의 등장과 이들을 맞는 환영 분위기일 것입니다. 새로운 학교에 첫발을 들여놓는 선생님들의 표정에는 기대와 설렘이 교차되며, 새 학년이 되어 교문을 들어서는 학생들의 모습 또한 그러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학년 초의 대표적인 아이콘은 신입생들의 들뜬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 초등학교 입학식을 들
며칠 전 시내의 한 초등학교 졸업식에 운영위원장의 자격으로 참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나 그렇듯, 사회의 급격한 발전은 학교의 모습이나 교육의 상황들을 크게 달라지게 하고 있습니다. 졸업식 풍경의 변화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이날 졸업생들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가슴 속 한켠에 희미하게 남아있던 반세기 전 나의 졸업식의 추억을 잠시 꺼내보았습니
며칠 전 시내의 한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나 그렇듯, 사회의 급격한 발전은 학교의 모습이나 교육의 상황들을 크게 달라지게 했습니다. 졸업식 풍경의 변화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졸업생들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가슴 속 한켠에 희미하게 남아있던 반세기 전 나의 졸업식이 떠올려졌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졸업생들은 졸업식 내내 고
1월은 희망찬 계획과 작심삼일이 공존하는 달입니다. 새해 초엔 누구나 크건 작건 간에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새해맞이의 마음가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1월의 끄트머리쯤에 이르면 어느덧 작심삼일의 대열 속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약한 의지를 자탄하는 사람 또한 적지 않을 것입니다. 매년 그랬듯이 나도 소위 새해 계획이라는 것을 구상했었습니
옛길이 둘레길이나 올레길이라는 이름으로 요즘 인기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정답고 이야깃거리가 있을 법한 이름들입니다. 예로부터 사람 사는 곳엔 길이 있기 마련이고, 그 길은 오가는 사람들이 떨어뜨렸을 크고 작은 사연들로 정겨운 길이 되나 봅니다. 엊그제는 지인들과 어울려 시내에서 구룡마을에 이르는 ‘귀양실 고갯길’을 걸으며 여유로운 한나
사람은 누구나 심리적 약점들을 몇 가지쯤 갖고 살아갑니다. 그 약점들은 다른 강점들에 의해 보완되거나 자신의 노력이나 교육에 의해 고쳐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약점들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자신의 성장 과정에 지속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자신감 부족이라는 심리적 약점은 안고 있었으며,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나에게 가장 가을다운 꽃은 단연 코스모스입니다. 소박하고 가녀린 모습에 애틋함이 있어 정이 가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 가을의 추억이 묻어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웬만한 도로변에는 코스모스가 자리를 메운 채 행인들을 향해 정겨운 몸짓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줄을 선 듯 흐트러진 듯, 자유분방하면서도 조화롭게 하늘거리고 있습니다. 코스모스의 색깔은 단조로우
올 추석연휴는 기본 사흘에 최장 아흐레까지 이르기도 했다 하니, 그야말로 황금을 넘어 다이아몬드연휴라 일컬어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긴만큼 저마다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깃거리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 날만은 고달픈 일상을 미련 없이 내려놓은 채, 고향과 가족의 품으로 달려가는 사람들로 온 나라가 붐볐습니다. 교통 체증과 때 아닌 폭우도 이들의 발길을 가로
누구나 초등학교 시절의 어린이회에 대한 기억을 한두 가지쯤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어린이회는 소위 똑똑한 아이들의 입씨름 장이 되기도 하지만, 제법 그럴듯한 건의사항이 나와 학교 측에 전달되는 통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린이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다음 주에 지킬 주훈을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그 이름이 주생활목표로 바뀌었지만&hel
한여름 밤의 정읍천변은 사람 냄새가 자욱합니다. 산책길에 나서면, 아는 사람 두어 명쯤 만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대부분 가벼운 걷기운동을 하며 밤새도록 이어지는 무더위를 견뎌 보려고 나온 사람들입니다. 정읍천은 내장산을 비롯한 부근의 높고 낮은 산골짜기를 근원으로 하는 작지만 정겨운 물길입니다. 그 중에서도 정동교에서 연지교까지 시내를 흐르는 3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