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근칼럼>“어머니가 내주신 숙제, 열심히 해야지요.”

▲ 문경근주필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리는 모습은 보는 사람조차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과거엔 생계나 교통수단으로 쓰였다면, 요즘은 건강이나 환경 친화가 자전거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자전거의 성능은 향상되고 모양도 산뜻해졌습니다.
급기야 형형색색의 다양한 부품 중 자신에 맞는 것을 선택하여 조립하는 ‘나만의 자전거’가 나오기에 이르렀습니다.

아무튼 요즘은 자전거가 대세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나에게도 나름 소중한 ‘나만의 자전거’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하찮게 보일지 모르지만, 남다른 연유 때문에 중요한 재산 목록 중 하나가 되어 있습니다.

나와 자전거와의 본격적인 인연은 40여 년 전 새내기 선생으로 발령 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자전거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인데, 아버지께서 취직 기념 및 통근용으로 큰맘 먹고 사주셨습니다.
아버지의 애정과 기대가 실린 자전거였던 셈입니다.

자전거 타는 재미에 한 시간 쯤 걸리는 자갈길 출퇴근은 경쾌하고 거침이 없었습니다.
빗길에도 한손엔 핸들을 잡고, 다른 손엔 우산을 받쳐 들고 달렸습니다.
출근 전엔 요리조리 들여다보고 퇴근 후엔 반질반질하게 닦으며 소중히 여겼습니다.

당시 자전거의 짐받이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실려 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어머니 표’ 도시락이었습니다.
“학교 잘 다녀오겠습니다.”
출근 인사를 드리면 어머니는 따끈따끈한 도시락을 챙겨 주시며 당부를 잊지 않았습니다.

“그래. 차 조심하고 아그들 잘 갈쳐야 한다.”
학교가 가까워오면 한 무리의 등굣길 아이들이 자전거를 따라 뛰었습니다.
선생님의 자전거와 나란히 달리는 것이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되는 양 신바람을 냈습니다. 출근길 자전거는 부모님의 사랑과 아이들의 풋풋한 웃음소리를 함께 싣고 달렸습니다.

이십 여리 자갈길을 거뜬히 달릴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런 힘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청년 시절의 자전거는 사랑과 정성이 얹힌 나의 분신이었습니다.

그리고 퇴임을 앞두었던 어느 날, 이번에는 연로하신 어머니께서 자전거를 사주셨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동사무소 행사에서 경품으로 타신 자전거를 나에게 주신 것입니다.

어쨌든 어머니가 주셨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자전거는 무한한 가치를 지닌 것이 되었습니다.
“곧 퇴임할팅게, 열심히 타고 댕겨라.”
나는 어머니의 말씀을 재해석하여 마음속에 담아 두었습니다.

‘정년퇴임 기념 자전거 선물. 이걸로 건강관리 잘 할 것.’
요즘도 자전거 이야기가 나올 때면, 나는 마치 아이같이 자랑을 하곤 합니다.
“이 자전거는 우리 엄니가 퇴임 기념으로 사주신 건데…….”

첫 출근할 때는 아버지가 사주셨고, 퇴임할 땐 어머니가 주셨던 자전거. 그런 연유로 나는 그 무엇보다 특별한 ‘나만의 자전거’를 갖게 된 것입니다.
요즘도 틈만 있으면, 어머니가 내주신 숙제를 이행하기 위해 열심히 타고 다닙니다.

‘나만의 자전거’에 오르면 먼저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도 겹쳐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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