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근 칼럼> 추석이 지나간 자리

올 추석연휴는 기본 사흘에 최장 아흐레까지 이르기도 했다 하니, 그야말로 황금연휴를 넘어 다이아몬드연휴라 일컬어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긴 만큼 저마다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깃거리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 날만은 고달픈 일들일랑 미련 없이 내려놓은 채, 고향과 가족의 품으로 달려가는 사람들로 온 나라가 붐볐습니다.

교통 체증과 때 아닌 폭우도 이들의 발길을 가로막지 못했으며, 추석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구심력은 올해도 어김없이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리고 추석은 보름달처럼 큼직한 동그라미를 그리며 훈풍처럼 지나갔습니다. 고향을 찾은 사람들은 추석을  '고향, 가족 그리고 정겨움' 이라는 키워드들의 합성어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난 뒤, 다시 바쁜 일상으로 회귀했습니다.

그러나 추석이 지나간 자리에도 그림자는 있습니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유달리 긴 올 추석연휴엔 공항이나 호텔이 초유의 특수를 누린다 합니다. 추석 전날 어느 신문의 1면 머리에 실린 '학원에서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수험생들의 사진'과  '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명절도 잊은 취업 열기'라는 설명도 어딘가 씁쓸함을 자아냅니다.

추석연휴가 보여주고 있는 이 두 가지의 모습은 여유와 실업이라는 상반된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이렇듯 추석과는 다소 먼 원심력의 등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고향을 찾았으며, 추석이 우리 민족의 잠재적인 에너지원 중의 하나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일터로 떠나는 자식들에게 바리바리 싸주시고 내 바람을 한 뒤에야, 다시 휑해진 집안으로 들어서며 그제야 허리를 펴시는 부모님. ‘ 정겨운 이야기와 따뜻한 웃음소리로 충전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이들이 있어 추석은 여전히 우리들의 확실한 동그라미이자 변함없는 구심력입니다.

저작권자 © 새백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