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근 칼럼> 연둣빛의 청량함

▲ 내장산의 신록이 녹음으로 변해가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내장산은 온통 풋풋한 신록의 향연 속으로 빠져듭니다. 온 산을 연둣빛으로 치장한 신록은 늦봄과 초여름이 서로 배턴터치 하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직접 찾아온 사람들만이 이곳의 신록이 으스대며 뽐을 낼만도 하다가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가 이 무렵 내장산을 찾는 이유도 다름 아닌 ‘신록 맞이’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함입니다. '내장산' 하면 흔히 단풍만을 찬미하지만, 그것은 잘 모르는 사람들의 편견일 따름입니다.
이맘때 내장산 진입로에 들어서면 코끝의 감촉부터 완연히 달라집니다. 온통 연둣빛으로 물든 나무들이 신록의 터널을 이루고 있습니다. 풋풋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고, 상큼한 바람결이 간간이 얼굴을 매만지며 지나갑니다. 내장산 신록은 결코 화려함으로 사람을 유혹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청정함과 어린 아이 같은 몸짓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소리 없이 적셔 줍니다.


내장산의 수많은 나무들 중 단풍나무 이파리들의 연둣빛과 가녀린 손짓을 대하게 되면, 이들을 내장산 신록의 대표 무리라 이름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치 갓난아기의 여린 손처럼 수줍게 내밀었던 새싹들이 어느 새 신록으로 변한 것을 보면 참으로 장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의 성장으로 치면 갓난아기가 초등학생만큼 자란 셈입니다. 이만큼 되기까지 봄빛이 끊임없이 매만져 주었을 것이며, 뿌리와 가지는 쉼 없이 물기를 올려주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알아주든 아니든 자연은 정직한 순리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을 따름입니다.


싱싱한 푸름과 온갖 나무들이 무한정 내뿜는 청량한 산소 때문에 몸과 마음이 절로 약동하는 것은, 내장산이라는 자연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입니다. 요즘의 내장산 단풍나무 신록이 가을의 홍엽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다는 것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특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장산 신록에 한나절 심신을 적시고 나니, 한결 가뿐하고 개운한 것은 나뿐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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