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근 칼럼>돌 틈에서 생긋 웃는 작은 팬지가 주는 생명의경이감
뿌리를 내릴 흙조차 변변치 못하고, 성장을 도와줄 어느 것 하나 충족되지 못한 환경 속에서도 이렇듯 예쁜 꽃을 피웠다니 그 경이로움에 가슴이 뜁니다. 그 동안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외롭게 자라온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보통 팬지에 비해서는 안쓰러울 정도로 작아 보이지만 야무지고 옹골찬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작은 생명체에서 내뿜는 여린 듯 강한 힘이 가슴에 닿는 순간 나는 금세 숙연해졌습니다.
조심스럽게 한 발짝 더 다가서 들여다보니, 부끄러운 듯 손을 내미는 보랏빛 꽃 눈부십니다. 바람결에 묻어온 연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고 지나갑니다. 그 여리고 작은 생명은 내 앞에서 꽃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는 것입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꽃잎이 나풀거리며 렌즈에 닿을 듯 다가섭니다. 때맞춰 팬지꽃을 닮은 한 떼의 아이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며 지나갑니다.
'아주 작은 팬지'는 불행 중 다행으로 이웃에 있던 화분 덕을 적잖이 본 것 같습니다. 그 동안 화분 위로 물뿌리개가 지나갈 때마다 몇 방울씩 얻어 마신 게 생명을 부지할 수 있는 힘이 되었을 테니까요. '아주 작은 팬지'는 힘들여 피운 이 꽃을 통하여 그 동안 싹을 틔우고 자라온 과정을 모두 말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내가 작은 팬지에게 마음으로 물으면, 작은 팬지는 꽃잎을 흔들며 화답하는 듯 했습니다.
"넌 어쩌다가 돌 틈에 자리 잡았니?"
"바람결에 날려 왔나 봐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에요. 이렇게 예쁜 꽃까지 피웠 으니……."
"거름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 잎이 자라고 꽃을 피울 수 있었지?"
"나도 첨엔 이처럼 예쁜 꽃을 피울 줄 미처 몰랐는데요."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이 학교 아이들은 아무도 나한테 심술을 부리지 않았어요. 그리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맑은 웃음을 뿌리며 내 옆을 지나갔거든요."
아마도‘아주 작은 팬지’는 아이들 덕분에 이렇듯 어엿한 꽃을 피웠고, 아이들은 이 팬지를 닮아 다들 예쁘게 자라고 있나 봅니다. 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끄떡없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돌 틈의 '아주 작은 팬지'는, 크고 화려한 것에만 눈이 멈추는 사람들에게 온몸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지금은 웃을 수 있어요.'라고…….
문경근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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