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근 칼럼> 5월은 어린이에게서 희망을 보는 달

▲ 문경근주필
요즘 너나없이 하는 말 중의 하나는 일상이 참으로 바쁘게 전개된다는 것입니다. 남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성급하게 서둘다보면, 때로는 지름길을 찾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속성(速成)을 향해 달리는 형국입니다. 
바쁘기로는 어린이들도 어른 못지않은 것 같습니다. 방과 후가 되면 부모가 마련해준 경로를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어른들의 바쁨은 나름대로의 선택과 판단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바쁜 것은, 남보다 잘 하거나 최소한 뒤지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생각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렇듯 분주한 일상 중에도 가정의 달 5월에 들어서면, 누구나 가정과 그 구성원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더불어 과연 어린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며, 내려다보지 않고 쳐다보고 있는지 되돌아보기도 합니다.

어린이들은 성장 발달 단계상 기초를 탄탄히 다지며 단계를 착실히 밟아가야 한다는 것이 교육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입니다. 발달심리학자인 피아제에 의하면, 아동은 일정한 단계를 거쳐 발달하며, 이러한 발달 단계는 연령 경계와 개인차가 있을 수는 있어도 모든 개인은 같은 단계를 같은 순서로 거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 단계에는 이전 단계에 기초하고 있으며, 또한 그 다음 단계의 기초가 된다는 것입니다. 잎이 자라고 꽃이 피면 이내 열매가 맺는 식물의 순차적 성장과 어린이들의 단계적 성장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특히 교육에서의 속성(速成)을 들여다보면 빠르게 이룬다는 의미 외에, 기본의 소홀, 단계의 건너뛰기, 인성의 경시라는 보이지 않는 속성(屬性)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지름길로 열심히 달려 목표를 성취할 수도 있으나, 이를 잘못 관리하면 자칫 자만과 나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면 자신감을 잃고, 두려움으로 망설이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기초가 허약하고 단계를 건너뛰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속성을 추구하느라 바른 인성을 다질 겨를이 없다면, 이것이 훗날 이룬 성취의 빛을 바래게 하고 나아가서 생명력조차 잃게 할 수도 있습니다. 속성(速成)으로 인한 허약한 기본과 뒤틀린 인성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가로등 밑에서 자란 작물은 빛의 과잉 공급으로 인해, 성급하게 꽃이 피고 때 아닌 열매를 맺기도 합니다. 이렇듯 자연의 단계를 거스른 탓으로 버려지는 열매도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어른처럼 잘 한다.' 하여, 마냥 박수를 보낼 수만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어린이들의 성장이 때로는 터덕거리거나 모자라 보일 수도 있으나, 이는 어린이이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당연한 현상임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요즘 같은 경쟁 사회에서 멈칫거리면 뒤지기 십상이라는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기본 다지기와 착실한 단계 밟기는 훗날 탄탄한 저력이 되어 오히려 성장의 에너지가 될 것입니다. 창의성 교육, 수월성 교육, 특기 교육 등도 성공을 거두려면, 어린이로서 갖추어야 할 탄탄한 기본과 단계적 접근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푸른 달 5월을 맞는 어린이들의 모습과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교육에서의 지름길과 속성(速成)이 지니고 있는 속성(屬性)도 다시한번 생각해 볼 일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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