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장의 <딴생각>-’벗님네들아! 단풍구경만 하지 명창 소리도 듣고가소

▲ 김명신명창과 김석환편집위원이 정읍시 국악원을 찾은 정읍시청 송양조문화체육과장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벗님네들아!  단풍구경만 하지 말고 명창 소리도 듣고 가소'

늘 그렇듯이 오늘도 처, 자식을 차에 싣고 내장산 한 바퀴 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런 천하명산이 집 근처에 있다는 것은 하늘이 내린 복이라 여기며, 아내에게도 정읍으로 시집 온 것을 영광으로 알라고 큰 소리 쳐 댑니다.
아닌게 아니라 등산로 좌우편에 녹색 터널을 이루며 줄 지어 선 단풍 나무를 보고 있자면

▲ 김명신명창
신이 온갖 정성을 기울여 만든 분재 속을 거니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오늘 새벽, 이불 속으로 파고 드는 새벽 공기가 서늘 하더니 역시나 내장산 단풍나무들이 꽃단장을 시작했더군요.

이제 본격적인 가을, 내장산의 초절정 아름다움- 단풍철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한숨부터 나옵니다. 
일년 내내 내장산은 온전히 내 것이였는데 가장 아름다운 때가 오면 멀리서 온 손님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풍보다 더 울긋불긋 하게 차려 입는 관광객들과 그들을 태우고 온 관광버스, 그리고 때를 놓치지 않고 장사에 나서는 사람들 말입니다. 
내장산 아래서 내장산에 기대어 사는 분들은 이 한철 벌어 일년을 먹고 산다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이 한 마디로 말해 전쟁같은 가을을 맞게 된다고 하네요. 올 가을도 쓰나미처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밀려왔다 밀려 갈 것이 뻔합니다.  매년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볼 때마다 속으로 정읍까지 찾아본 저 벗님들 그냥 보내니 아쉽다, 아쉽다 그랬습니다.

김명신 명창과의 인연은 7월 어느 날 시작되었습니다.

“자네 북 좀 쳐 볼란가?”

판소리 인간문화재이면서 춘향가, 심청가, 적벽가, 흥보가등을 완창하신 선생님 한 말씀으로 택견 선생이던 김석환은 하루 아침에 북 배우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지난 몇 달 김명신 선생님을 만나, 제가 배운 것은 단순히 북 치는 법이 아니라 전통을 가르치는 사람이 가져야할 마음가짐, 자세, 생활태도 그 모든 것이였습니다.

서두르지 않으면서 자연의 기운을 스스로 느끼게 해 주고, 기술이 아닌 올바른 정신을 심어주고 깨우치게 하는 것, 올바른 생활을 말하는 대신  보여주는 것이 선생이 할 일이란 걸 가르쳐 주셨습니다.   

아이들에게 택견을 가르치면서 이 시대와 같이 가는 것에 회의를 느끼던 제게 전통은 뿌리가 중요하며 근본이 튼튼해야 하는 것이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것만 지켜가면 어떤 시대, 어떤 변화가 와도 같이 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전통이 가야할 길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 길을 같이 가자 하시면서 제게 주신 소리가 있습니다. 

판소리를 익히기 전에 먼저 배운다는 단가인데,  북채 잡는 법도 서툰 어린 제자의 북 장단에 맞춰 불러주신 그 소리는 다름 아닌 내가 사랑하는 내 고향 정읍에 관한 시였습니다.

전북 부안 출신으로 시,서,화 3절로 또한 천재적 국악인으로 이름 높은 석암 정경태의 글에 김명신 선생이 직접 곡을 붙인 이 소리야 말로 정읍으로 단풍 구경 온 벗님네들에게 들려주고픈 제 마음 그대로 였습니다.

내장산 단풍 말고도 정읍에 아름다운 것이 더 있다네.
산채 비빕밥 드시고 김명신 명창 소리길 따라 한 바퀴 돌아보시게. 
가던 길에 만난다면 김관장이 막걸리 한 잔은 사겠네. 

단풍이 아름다운 이 가을-
우리 어울렁 더울렁 거드렁 거리며 놀아 보세.


  


정읍시(井邑詩)               

                                          작시:석암  정경태

                                         작곡:오정  김명신



호남승지(湖南勝地) 내장사(內藏寺)를

초산성지(楚山城地)로 돌아들어

금선폭포(金仙瀑布),풍림절벽(楓林絶壁),

금수화병(錦繡畵屛)이 둘렀구나


영주(瀯洲),유선(遊仙),망제봉(望帝峰)에

백제탑릉(百濟塔陵)찾아갈제 황토현(黃土峴)

녹두전장(綠豆戰場)수운(水雲)이

적막(寂寞)한데,만석보(萬石洑)도 정토(淨土)로다


명금가잔(鳴琴佳盞)醉)취케 먹고

함벽루(涵碧樓) 채련녀(採蓮女)와

피향정(披香亭)에 노릴다가

칠보고현(七寶古縣)무성서원(武城書院)으로


평사낙안(平沙落雁)가는 길을 구절재(九折재)

능교(菱橋)건너 운암강저(蕓岩江渚)

난국정(蘭菊亭)에서 정읍사(井邑詞)를

읊어볼까 하노라


우리 정읍 옛 역사와 명승고적을 잊지

말고 천추 맘만대 간직허세

 

 


<정읍시> 해설 


                                  유종국. 전북과학대학 교수 . 문학박사


    <정읍시>(井邑詩)


호남의 아름다운 경치(湖南勝地)인 내장사(內藏寺)를

정읍 초산성 땅(楚山城地)을 거쳐 들어가

금선폭포(金仙瀑布)와 단풍 수풀 속의 절벽(絶壁)을 보니

비단으로 수놓은 듯한 꽃병풍 처럼(錦繡畵屛) 산이 둘러쌓고 있구나.


고부(瀯洲)에서 신선이 놀던 유선사(遊仙)를 지나

덕천 망제봉(望帝峰)에 있는 백제탑릉(百濟塔陵)을 찾아갈 제

전봉준 녹두장군이 전쟁을 치른(綠豆戰場) 황토현(黃土峴)은 오로지 ㅣ

수운(水雲)이 적막 (寂寞)하고 만석보(萬石洑)조차도 정토(淨土)로다.


띵동, 딩- 기동! 거문고 좋은 소리여!

아름다운 술잔(鳴琴佳盞)에 잘 익은 술,

한 잔 먹세그려. 또 한잔 먹세그려.

오늘 서로 정을 나누며 취하게 먹세그려.

태인 피향정 연못 안에 있는 그림 같은 함벽루(涵碧樓)에서

연을 따는 아릿다운 채련녀(採蓮女)와 피향정(披香亭)에 노닐다가

칠보고현(七寶古縣)에 있는 무성서원(武城書院)으로 접어든다. 


평평한 모래밭에 기러기 사뿐히 안은 듯 평사낙안(平沙落雁)으로 가는 길에

구절재를 지나 산내 능교(菱橋)건너 운암강 강가에 있는

저 아름다운 난국정(蘭菊亭)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노래

정읍사(井邑詞)를 한 번 읊어볼까 하노라.


아모타, 우리 모두는 고향 정읍의 옛 역사와 명승고적을

부디 부디 잊지 말고 천추 만만대로 가슴 깊이 간직하세요 

 

 

초산성지(楚山城地): 초산은 정읍의 옛이름이기도 하 다. 초산성은 이를테면 정읍산성을 말하는 고로 초산성지는 정읍을 일컬음이다.

금선폭포는 정읍 내장산 안에 있는 폭포이다. 태고적에 신선들이 목욕을 하던 곳이며 불교가 성행하던 고려 때는 좌선을 앞둔 승려들이 목욕재계하고 천일기도를 하여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금선폭포는 4개의 폭포가 연달아 있어 장관을 이루지만 밑에서 보면 마지막 폭포만 보인다.

풍림절벽이란 단풍 숲속에 하늘을 찌르는 듯한 절벽이 있음을 말한다.

호남지방의 영주산은 예로부터 정읍 고부의 두승산을 일컬었다. 영주라고 하면 곧 고부(古阜)를 일컫는다.

유선(遊仙)은 영주산(고부 두승산)에서 신선이 놀았다고 하여, 유선(遊仙)이라고 하고 그런 전설을 본떠서 지금은 유선사(遊仙寺)라는 절이 있다. 두 가지의 뜻을 중의적(重義的)으로 표현하고 있다.

망제봉 뒤편에 천곡사지 석탑이 있다. 백제시대의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 향토사학자 내 동갑내 곽상주 선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려시대의 것이라고 한다.

정읍 덕천 황토현은 전봉준 녹두장군이 관관과 전투를 벌여 첫 승전을 이룩한 성지이다. 녹두전장(綠豆戰場)이라 함은 녹두장군 전봉준이 싸웠던 곳이라는 뜻이다.

“수운(水雲)이 적막 (寂寞)하고”라는 말은 물안개가 자욱할 뿐 전장터가 조용하다는 뜻도 있고, 동학의 창시자 수운선생이 적막한 신세가 되었다는 뜻도 있어서 중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만석보는 정읍 이평에 있는 보(洑)로서 동학농민혁명 당시 탐관오리 조병갑 고부군수의 탐학을 상징한다.

“만석보도 정토로다”라는 뜻은 정토는 불교에서 서방정토를 일컫는 것으로 부처님의 땅으로 영원한 극락정토를 말한다

“명금가잔”(鳴琴佳盞)이란 풍류를 즐길 때 듣기 좋은 거문고 소리에 아름다운 잔으로 술을 마시는 일을 말한다.

이백의 시에 나오는 연을 따며 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아릿다운 여인.

옥정호 운암강가에 있던 정자.

현존하는 유일무이한 백제시대 시대의 노래로 아낙네가 남편이 시장에서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내용의 노래로 『고려사』에 사연이 전하고 『악학궤범』에 가사가 전한다.

 

 

 

 

 

 

 

 

 

 

 

 

 

 

 

 

 

 

 

 

 

▲ 문사정회장인 김석환편집위원
<편집자주> ‘다른 생각’은 세상의 창을 여는 아이콘, 인류의 발전을 견인하는 발상의 전환입니다

김석환관장은 1969년 정읍 덕천 출생 현재 정읍 택견관장,문화를사랑하는정읍사람들회장,한살림 이사 ,자연건강법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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