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훈칼럼-내장산아리랑> 내장산에서 배우는 삶의 이치와 지혜

▲ 내장산국립공원사무소 정장훈소장
내장산국립공원의 단풍나무가 1년 중 이맘때가 가장 아름답다는 말에 내장산은 단풍이 아름답기 때문에 가을에 가는 산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단풍을 보려거든 가을에 오는 것이 맞다.
하지만 가을철 단풍은 전국 어디를 가도 다 볼 수 있다.
낙엽활엽수에는 모두 단풍이 들기 때문이다.
가을이 되면 겨울 북서풍으로부터 나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잎을 떨구는 과정에서 잎의 색깔이 변하게 되고 우리는 이것을 단풍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왜 유독 내장산의 단풍을 아름답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단풍나무에 단풍이 들기 때문에 여타 산의 온갖 나무의 색깔이 변하는 단풍과 차별성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내장산에서 지금이 내장산 단풍나무가 1년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단풍나무가 유년기를 지나 청년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 아니겠는가?
단풍나무도 인생에 있어 청춘과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단풍나무에 물이 올라 푸릇푸릇하고 양광의 초추를 받아 반짝거린다.
마치 예쁜 아가씨가 윤기나는 긴머리를 한올 한올 바람에 휘날리며 다가오듯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단풍나무가 2.3km 줄지어 터널을 이루고 서래봉에서 바라본 능선자락마다 진녹의 향연으로 융단을 깔아놓은 듯 바람에 펄럭인다.
더욱이 산수국, 털중나리, 하늘말나리, 꽃며느리밥풀 등 앞다투어 꽃을 피어낸 야생화가 정겹다.
나무에서 나오는 에너지(기)가 지금이 가장 많을 때다. 피톤치드향이 코 끝에 스며든다.

국립공원에 20년 이상을 근무한 나도 솔직히 산에 대해서 잘 안다고 자신할 수 없다.
산은 늘 변하기 때문에 한몫에 재단하여 단언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내장산에는 3500여종의 생물과 비생물이 어우러져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본래 살아온 끊어지지 않는 생명의 긴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작은 우주인 것이다.

오늘 다녀온 산이 어제와 같지 않음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어느 한순간의 모습으로 멈춰있지 않고 매일매일 한순간 순간 신비함을 피어내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수시로 변화하는 날씨, 바람과 구름이 만들어내는 작품들로 변화를 반복한다.
그러면서도 산은 봄에 꽃이 피거니 지거니 개의치 않고 구름이 오거니 가거니 관여하지 않는다.

내장산의 가을단풍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사항이다.
하지만 내장산이 오직 가을에만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단풍나무에 물이 뻘겋게 올라 용기와 희망의 생명력을 자극하는 봄철은 얼마나 아름다우며, 초록물결 파도치는 단풍나무길과 계곡물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또 어떠한가?

그리고 눈 많은 겨울 내장산에서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아홉 봉우리를 산행하고, 서래봉에 올라 하늘과 땅의 조화로 만들어낸 비자나무 눈꽃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내장산의 사계절 모습을 다 보고도 과연 가을의 단풍이 제일 아름답다고 자신있게 단언할 수 있을까?

내장산국립공원을 탐방하면서 건강도 챙기고 자연의 일부인 우리 인간이 긴 인생의 여정 속에 잠시 멈춰 자연 속에서 한 생각 쉬어가길 권하고 싶다.
앞만 보고 달려온 길을 반추해보고 내장산국립공원에서 재충전하고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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