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문화로 세상읽기4-소멸위기 작은 도시가 살아 남는 방법

소멸위기로부터 작은 도시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뿐만 아니라 크게는 대한민국 정부,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등 지방정부를 비롯한 행정당국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저출생·고령사회를 맞아 지역소멸을 고민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책에 머리를 짜내고 있지만 해법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러던 차에 필자의 머리를 때리는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학자가 있다. 바로 도시의 정석, 도시전문가, 도시계획가 등 다양한 직함으로 불리고 있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정석 교수이다. 정석 교수는 여러차례 정읍을 방문해 공동체, 도시재생 등 각종 포럼에 강의와 주제발제를 하는 등 정읍에 많은 애정을 쏟았지만 필자와의 직접적인 인연이 없어 정석 교수의 저작과 유튜브 강의 등을 통해서만 알고 있었다.

문화예술, 문화기획, 문화행정, 문화관광자원, 문화유산 등 문화를 통해서도 지역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필자에게 정석 교수의 ‘소다연강미’와 ‘일백탈수, 지역민국’이란 주장은 오랜 시간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긴 사막을 걷다가 발견한 오이시스처럼 시원한 물줄기를 선사했다.

영국의 도시계획가이자 문화계획 컨설팅 조직인 코메디아(Comedia)의 설립자인 찰스 랜드리는 창의도시 이론을 한 단계 도약시킨 인물이다. 그는 2000년 발간된 저서『창의도시’(Creative City)에서 도시의 독특한 문화적 개성은 도시발전을 위한 토대이자 도시자체가 지속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필자는 100년 후 정읍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고민하며 그 고민의 해법을 정읍이란 도시의 독특한 문화적 개성을 찾고 문화를 통한 정읍의 지속가능발전의 해법을 찾기 위한 일환으로 그동안 사회적기업 둘레를 통해 매월 인문학 토크쇼 ‘농담’을 진행해 왔고 ‘문화사발통문’ 이란 유튜브 채널 운영, 시민합창단, 시민뮤지컬단을 운영해 왔으며 최근에는 필자의 이런 고민들을 담은 문화칼럼을 써왔다.

이처럼 문화를 통해 정읍의 미래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번에는 문화토크쇼 ‘사발톡톡’(부제 : 안수용이 만난 사람)이란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한가위 명절을 며칠 앞둔 지난 9월 22일 저녁 정석 교수를 초대해 첫 순서를 무사히 마쳤다.

정석 교수는 특강을 시작하며 대한민국은 선진국이지만 행복해 지지 않은 선진국이다. 왜? 라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

그리고 1975년 수도권 인구비율이 대한민국 전체 31.5%에서 2019년에는 50%로 올랐고 그 과정에 개발(開發)이란 목적 달성을 위해 빨리빨리(중앙집권형),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성과주의, 대도시와 대기업을 중점으로 육성한 성장거점 등 성장거점개발론이 오랫동안 주류 개발정책으로 똬리를 틀고 있었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었지만 행복해 지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것에 근거한다고 전한다.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을 보면 작은 호랑애벌레가 자신이 찾으려는 무언가를 위해 애벌레 기둥을 오르면서 ‘밟고 오르느냐. 아니면 발밑에 깔리느냐’란 상황을 마주하며 어느 순간 더 이상 애벌레 기둥을 오르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느끼게 된다.
 
정석 교수는 강의중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에 나오는 이 한 장의 그림을 보여주며 ‘낙수효과’에 기댄 성장거점 개발론은 편중과 불균형, 격차를 심화시키는 것이어서 이제는 가장 약한 곳을 살리는 리비히의 법칙, 다시말해 지역균형발전, 지역재생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수도권 신도시 개발과 지방신도시 개발은 저상장시대와 인구감소 시대에 대규모 개발로 인한 기존의 원도심의 연쇄 공동화는 제로섬 게임이고 반복되는 악순환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안식년에 지역에서 한달살이를 하며 느꼈던 경험을 토대로 ‘일백탈수, 지역민국’을 주장했다. 이 대목에서 그동안 필자가 고민했던 부분에 일단이 해결되는 느낌이었다. 직접 들으니 실현가능 유무를 떠나 학문적 이론과 실존적 경험을 통해 제시한 정교수의 해법을 듣고 전율이 돋았다.
 
정교수 주장의 핵심인 ‘일백탈수’는 일년에 백만명이 수도권을 탈출하는 것이고 ‘지역민국’은 지역에서 우리가 꿈꾸는 나라를 만든다는 것이고 실제로 수도권을 탈출하는 청년들, 은퇴한 세대들이 많이 있고 이는 실현 가능한 해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인구이동은 정부가 나서서 수도권의 인구를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역에 내려가서 살면 더 행복하다는 확신이 서게 만든다면 더 많은 인구가 수도권을 탈출할 수 있다는 주장에 필자 역시 진심으로 공감하며 우리 지역에서도 수도권을 탈출하려는 청년들과 은퇴이후 세대들을 영입하려는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이는 성장거점 개발론의 폐기와 지역균형발전 논리와 맞닿아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신도시에서 원도심으로, 도시에서 농산어촌으로’ 이주 또는 지역살이(한달살이, 5도2촌, 4도3촌 등)를 통해 로컬에서 더 행복하게 일하며 살자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더 행복한 로컬(지역)을 만들기 위한 5대 영양소로 일자리, 살자리(주거), 교통망, 관계망, 생애주기 돌봄을 제시하고 있다.

특강 후 펼쳐진 토크쇼에서는 필자를 포함에 3명의 패널이 참여했는데 필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소다연강미- 작아도 강하고 아름다운 <손을 잡는 도시들>, 참 매력적인 제안이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저출생 고령화사회, 인구감소를 넘어 지역소멸에 대한 신선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읍 역시 인근의 고창과 부안, 김제, 순창 등과 인접해 있는데, 과연 정읍이 소도시연합을 한다면 어떤 방식을 고민을 해야 하는지?” 

이에 대해 정교수는 “우리나라 시군들의 안타까움은 시군, 그 자체로는 약체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작은 도시들이 서로서로 인구 뺐기 싸움의 제로섬 싸움을 하고 있는데, 이제는 윈윈게임을 시작할 시기이다. 제가 제안하는 건 전북같은 경우 전북도지사가 중재하고 나머지 시군들이 협력해서 상생협약을 맺고 공유조례를 제정해 인접 시군이 공모사업을 함께 수행하고 함께 혜택을 누리면 된다. 이런 정책들을 먼저 우리 전북에서 시작하면 좋겠다.”고 답변을 했다.

그렇다. 이제 인접도시와 뺐고 뺐기는 경쟁을 넘어 이전에 정읍·고창의 지역공동체 연계사업이었던 메이플-스톤 공동체지원사업, 서남화장장 같은 협력사업이 있었듯이 때로는 동학을 매개로, 때로는 판소리, 농악 등 국악을 매개로, 교육과 문화를 매개로 다양한 연계협력사업을 통해 소도시연합을 이루는 것이 우리의 생존전략이자 미래전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우리는  ‘꽃들에게 희망을’ 이란 책처럼 목표가 어딘지도 모르고 앞선 애벌레를 그저 따라 가지는 않았는지, 끝을 모르고 애벌레 기둥을 따라갔던 노랑 애벌레가 어느 순간 “내가 이 세상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에 잠기는 것처럼 이젠 도시의 발전전략을 전면 수정하지 않으면 지역의 미래는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오래전 들었던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가사의 일부를 전하며 오늘의 문화칼럼을 마친다.

나의 사랑아 이제 네눈을 떠봐요
삶의 참된 의미를 찾아 보아요

네가 올라있는 그들은 너의 사랑
이제 내려와 모두 함께 노래불러

네가 추구하던 세상에 허황된 것
허공에 쌓아진 시기와 질투의 탑일 뿐

오욕과 싸우면서 세상에 아름다운 사랑 이루어요 

너 비록 추한 몰골의 자그만 애벌레이나
너 죽어 사라질때 그 위에서 떠나르는
한마리 나비되어 들판에서 피어있는
이 꽃들에게 희망을

사회적기업 둘레·정읍미래발전연구원 이사장 안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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