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문화로 세상읽기
사회적기업 둘레·정읍미래발전연구원 이사장 안수용

사회적기업 둘레·정읍미래발전연구원 이사장 안수용
사회적기업 둘레·정읍미래발전연구원 이사장 안수용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1998년 헐리우드에서 제작된 코믹 멜로 영화의 제목으로 제임스 브룩스 감독이 제작했다.

잭 니컬슨은 이 영화에서 다시 한번 빛나는 연기를 보여주어 제70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헬렌 헌트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필자는 그와 상당히 다른 외모,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극 중의 잭 니컬슨과 그의 송곳 같은 독설은 좀 닮은 듯도 하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눈치빠른 독자는 짐작하셨으려니와 필자는 잭 니컬슨의 연기를 좋아하고 그가 주연한 이 영화 또한 좋아한다. 그러나 오늘 단순히 이 영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을 산다.

단 한 번뿐인 이 삶은 하루하루가 모여 한 덩어리를 이룬 것이고 하루하루는 다시 영원할 것 같은 일상으로 바꾼 것인데 우리는 그 일상으로부터 멀리 벗어나지 못한 채 단 한 번 자신의 삶을 산다.

운명이라 믿고 살거나 운명을 거슬러 애써 살거나, 그저 살아간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하나. “당신은, 그리고 당신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하루하루는 정말 행복합니까?”

저부터 말하면 날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기를 바라며 살고 있고, 각성하며 살수록 거기에 더욱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필자는 평생을 살아온 정읍을 사랑하고 여전히 이곳에 사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누군가 나에게 왜? 라고 질문하면 쉽게 답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 때문에 좋은지 모르겠다.
사람 이외에 좋은 게 무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냥 좋다’가 정답이 아닐가 싶다.

무엇이 좋은지 모르고 살아 왔다는데 새삼 놀라고 그래서 나에게 다시 묻는다.
“너는 정읍이 왜 좋냐?”고 말이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을 도시라 하고, 도시는 진작에 과잉 사회가 되었다.
과잉 사회는 ‘필요’를 크게 초과해 생산하고 소비하면서 문제가 된 사회다.

‘우리가 좋아하는 정읍, 이 도시는 무탈한가?’
정읍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다른 도시처럼 ‘나쁜 욕망’과 그 배설물인 ‘잉여’를 욱여넣는 과잉 사회, 분수와 염치를 잃은 사회다.

좋은 차(車)는 많지만 좋은 운전자는 드물고, 좋은 시설은 많지만 좋은 이용자는 드물다.
원칙과 규범을 지키는 사람 찾기가 정말 어렵다.

성찰은 부족하고 방종이 넘친다. 비아냥거리듯 어디에나 차를 세우고, 어디에나 쓰레기를 버리고, 어디에나 위반하는 사람이 있다.
함부로 사는 사람이 많다.
도시에도 품격이 있고 품위가 있고 있다.

얼마전 일본의 ‘나오시마’라는 섬에 다녀온 지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오시마’는 일본 오카야마시와 시코쿠섬 다케마쓰시 사이에 있는 작은 섬이다.

한때 나오시마는 쓰레기 섬이라 불리며 주민들은 불편하게 살았고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누구도 찾지 않는 섬이었다.

그러나 이 섬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섬 중 하나가 되었다.
유명해진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어떤 이유가 있을까? 궁금해졌다.
“나오시마는 1980년대 후반부터 섬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현대 미술로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특별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쿠사마 야요이, 제임스 터렐, 월터 드 마리아와 같은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초대하여 그들이 제작한 작품들과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들을 조합한 상징물들을 곳곳에 설치하는 노력이 2000년대 초반까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서 점점 세계적인 관심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했다.”

‘떠나간 주민이 돌아오는 천사(1004)섬을 아시나요’에서 박정근 KCH그룹 신재생사업총괄 부회장이 한 말이다.
나오시마를 방문한 나의 지인이 이 섬에 감동한 것은 뜻밖의 이유에서였다.

“예술가들이 전개한 마법은 정말 대단한 것이지만 정작 필자가 감동한 것은 뜻밖의 곳에 있었습니다. 이미 호사가 된 여행지와 눈을 호강하게 하는 작품을 쫓다가 쉴 참해 작은 공원에 들어갔을 때입니다. 주민들에게 소소한 일상 공간일 법한 이곳에는 여섯 명쯤의 근로자가 풀을 매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농라를 쓰고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이들은 줄 맞춰 앉은 채로 무릎걸음으로 나아가며 오랜 시간 풀을 맵니다. 이 장면은 그대로 한 폭의 풍경이 되었습니다. 고작 풀 매는 일인데도 흡사 장인처럼 일하는 근로자를, 저절로 자라는 것 말고 돌볼 게 없을 것 같은 작은 공원에서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 시민 정신을 보았습니다.”

나오시마에 푹빠져 나에게 사례를 소개한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필자는 이런 게 도시와 도시를 이루는 사람의 품위이며 품격이라 생각했다.

지금 아름다운 나오시마는 예술의 섬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곳은 한때 구리 제련소가 있는 투박한 섬이었다.

회생 불가, 폐기 수순을 밟던 이 섬은 안도 다다오, 쿠사마 야요이 같은 걸출한 예술가를 만나면서 기적처럼 살아났다.
필자는 이곳이 멀지 않은 장래에 세계문화유산으로 기록될 것이라 감히 예견한다.

요 며칠 엄청난 장맛비가 전국을 강타했다.
곳곳에 침수피해에 인명피해까지 났고 가재도구와 농작물이 물에 잠기고 가족을 잃은 분들과 수해를 입은 농민들은 망연자실 하고 있다.

이들이 피해를 회복하고 다시 일상에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길 바라며 다시 이 글의 제목이기도 한 영화의 한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person. 당신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요.”

우리가 거울이 되어 서로를 비추고,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쳐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꿈꾼다.

우리가, 정읍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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