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형칼럼>제가 생각하는 자활사업 5요소는 이런것입니다

▲ 이도형센터장
몇 년 전에 다른 자활후견기관에서 참여주민 교육에 강사로 다니면서 자활 성공을 위해서는 다섯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전북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농사와 비교하곤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자활사업 5요소는 이런 것입니다.

1. 좋은 종자(種子)와 좋은 참여자
농사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이 종자라 합니다. 농부가 이듬해 농사를 짓기 위해 종자를 고를 때 가장 알찬 것을 고른다고 합니다(種자가 벼화(禾) 변에 무거울 중(重)이 합쳐진 글자가 된 이유랍니다). 아무리 기근이 들어도 종자를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만큼 종자를 귀하게 여긴다는 말이겠지요.


풍년농사 5요소

 

자활성공 5요소

좋은 종자

좋은 참여자

좋은 논밭

좋은 작업환경

좋은 거름

좋은 교육과 훈련

좋은 날씨

좋은 사회환경

좋은 농부

좋은 실무자

자활사업에 적용하자면 참여주민이겠지요. 그렇다면 어떤 참여자가 좋은 참여자인가? 참여자는 사람이기 때문에 알곡과 쭉정이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만, 남원자활 양기운 관장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제가 할게요’, ‘나 하나만이라도’, ‘나는 니맘 알어’, ‘당신 때문에 세상이 좋아’라고 말하는 참여자가 진정으로 자활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2. 좋은 토양과 좋은 작업환경
성서에 씨뿌리는 자의 비유를 보면(마태오복음 13장),
좋은 씨앗이 길에 떨진 씨앗 - 싹도 나기 전에 새가 와서 물어감
돌밭에 떨어진 씨앗 - 싹이 나지만 태양이 떠오르자 싹이 말라버림
가시밭에 뿌려진 씨앗 - 싹이 나지만 가시가 기운을 막아 죽어버림
좋은 밭에 뿌려진 씨앗 - 싹이 나고 자라서 100배, 60배, 30배의 열매를 맺음
이 이야기처럼 농사에서 좋은 토양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자활사업에 적용하자면 좋은 작업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작업환경은 일하는 데 필요한 물리적 환경이 잘 갖춰지는 것과 일하는 사람들간에 인정과 희망이 넘치는 분위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는 지역자활센터 자체를 이를 수도 있겠구요.

3. 좋은 거름과 좋은 교육 훈련
좋은 토양을 만들어 작물에 영양분을 제공하기 위해 거름을 합니다. 요사이에는 손쉽게 화학비료를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화학비료는 땅심을 약하게 하고 작물의 면역력과 자생력을 약하게 합니다. 그래서 좋은 농부는 겨울이면 퇴비를 장만합니다.

자활사업에 적용하면 취업역량강화, 창업교육, 공동체훈련 등등 다양한 교육훈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교육훈련은 참여자의 자활자립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제공하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참여자의 자주성을 살려내지 못하고 의존성을 키우는 화학비료와 같은 것들인지? 스스로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거름과 같은 것인지? 늘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4. 좋은 날씨와 좋은 사회환경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비, 바람, 햇볕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작황이 좋지 못합니다. 늘 풍년이 들었다고 좋아할라치면 수확기에 태풍이 불어 농사를 망치기도 합니다.

자활사업에 적용한다면 자활사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생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활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주고, 지역사회는 보호된 시장을 만들어주고, 자활생산품을 믿음으로 구매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5. 좋은 농부와 좋은 실무자
벼가 농부의 발자욱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농부는 종자를 잘 관리하고, 좋은 논밭을 만들고, 거름을 만들고 남보다 앞서 준비합니다. 영농교육을 통해 정보와 기술을 습득하고, 영농계획을 잘 세우고 실천하고, 영농기계를 잘 다루고, 작물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물과 거름을 제때에 잘 주고, 농산물의 포장도 잘해서 상품가치를 높일 줄 아는 농부가 좋은 농부라 할 수 있습니다.

자활사업에 적용한다면 자활사업의 의미와 비전을 잘 이해하고, 참여주민의 자활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실무능력을 골고루 갖는 실무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다섯가지 모두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최강 실무자로 가는 길 5편에서는 좋은 실무자가 되는데 필요한 글 몇 편을 모았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글입니다. 오래전에 나온 글들이지만 읽을수록 되돌아보게 되고, 새롭고, 힘이 나는 글들입니다.

자활현장에서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일하셨던 송경용 신부님, 자활의 산증인으로 활동하시는 정호성 관장님, 이병학 협회장님의 글과 자활현장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회복지계 회개운동(?)을 전개하시는 한덕연 선생님의 글입니다. 저자들로부터 허락은 받지 않았지만 자활현장 활동가들의 고민과 성장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너그러이 용서하시리라 믿습니다.

#편집자주 이도형씨는 정읍지역자활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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