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상임위 활동, 21일 본회의

"해묵은 일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군요. 시정질문이 지역발전을 위한 비전 제시는 전혀 없고 지리한 말 싸움만하고 끝나다니…"

전북 정읍시의회가 지난 21일 개최한 임시회 시정질문 현장을 지켜본 시민들은 때 아닌 경마장 유치 무산과 예산 삭감문제를 놓고 팽팽한 대결구도만 보이고 끝냈다며 시선이 곱지 않다.

이번 임시회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상임위 활동에 이어, 21일 본회의에서 상정된 안건을 처리한 뒤 시정질문을 벌였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날 임시회가 신년들어 유례없이 시정질문이 실시된 것에 대해 의아해하면서, 그것도 3명의 의원이 8시간 가까이 시정질문한 것을 두고 "정읍 정치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혹평했다.

한 시민은 "경마장 유치 문제가 지난해 끝났나 싶더니 이를 다시 끄집어 낸 측이나, 이에 대해 애써 정당성을 주장하는 집행부의 자세는 똑 같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푸념했다.

우선 맨먼저 나온 우천규 의원은 다른 사안과 함께 경마장 관련 문제에 대해 질문했다. 이때만 해도 본회의장 분위기는 평상시와 비슷했다.

우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끝나고 보충질의에 나선 박진상 의원이 다른 문제점과 함께 경마장 문제에 대해 불성실한 판단이라 추궁하며 강광 시장을 몰아세우자 장내 분위기는 반전됐다.

박 의원은 "정읍시가 밝히는 경마장 운영에서 거두어들이는 지방세를 연간 200억원으로 예상하는데, 이 정도면 매출이 1조4000억원에 달해야 가능하다"며 무리한 예측에 따른 불합리한 점을 강조했다.

또 그는 "이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은 정읍시민이고 그 피해는 막대할 것"이라며 재차 부정적 입장을 부각시켰다.

박 의원은 주어진 보충질의 시간에 강광 시장에게 경마장 유치에 대한 시장의 견해를 묻고 시종일관 높은 목소리로 서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보충질의에 이어 세 번째 시정질문자로 단상에 오른 박진상 의원은 경마장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박 의원은 '경마장이 정읍시민에게 미치는 득과 실'에 대해 따지며 다시 강 시장과 설전을 벌였다.

양측은 세외수입 발생 규모의 근거와 사행성으로 인한 피해 등 역기능을 놓고 연거푸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았다.

이에 앞서 맨 먼저 시정질문에 나선 우천규 의원도 경마장 유치 신청에 따른 시민토론회와 공청회를 개최하지 않은 것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장단점을 분석치 않고 추진한 것에 대한 이유를 강광 시장에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강광 시장은 조목조목 근거를 밝히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강 시장은 특히 의원의 계속되는 질문 공세를 받으며 미리 준비한 원고를 보고 경마장 유치 추진에 대한 정읍시의 정당성을 나열했다.

강 시장이 답변할 때 마다 박 의원은 데이터와 맞지 않는다며 재차 추궁했고 두 사람간 설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어찌됐건 실패한 일을 가지고 다시 들추어내 잘잘못을 가려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냉정한 판단을 당부하기도.

또 한 주민은 "다 지나간 일을 가지고 장황한 수치로 설명하는 측이나 그 판단이 잘못됐다고 시인을 강요하는 측이나 한심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럴 시간에 새해 지역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검토해도 모자라다"면서 싸잡아 비난했다.

이들은 그 뒤로도 예산 삭감과 지방채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지리한 시정질문을 마치면서 정도진 의장은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치밀하고 심도있는 계획과 준비를 하는 것이 정읍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고, 이럴 때 시민들이나 우리들이 정읍시를 떠나지 않고 살아가리라 믿는다"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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