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조재형 엽서
‘엽서’
조재형
당신이 건네는 말 한마디는
버릴 게 없는 화폐다
나는 그것으로
당신이 종착지인 길을 닦는다
당신이 흘려보내는 눈물방울
나에게는 비자이다
그것으로 당신의 어두운 처소를 방문한다
내가 쌓아가는 하루하루는
한 장의 고독이다
당신이라는 감리가 없다면
한낱 외로움으로 버려질 것이다
당신이 잠 밖으로 들킨
잠꼬대는 값비싼 정보이다
나는 그 실마리로
당신의 꿈 너머를 잠입한다
나를 거슬러가는
당신의 뒷모습은 창고다
거기서 쓸쓸한 나를 꺼내곤 한다
무심코 내던진 당신의 방언
내 귀를 사로잡는 난수표다
나는 그 열쇠로 저문 날의 뒤켠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