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온 편지-정읍시장애인종합복지관 김미옥사회복지사(문화교육지원팀장)

가을 단풍이 한창이다.
오늘 뉴스를 보니 자정이 되어서야 단풍여행객의 교통체증이 풀렸다고 한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 세상은 한 페이지만 읽은 책과 같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했듯이 여행은 인생을 더욱 다채롭고 풍요롭게 한다.

그렇게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여행이 장애인에게는 일반적인 관광지에 편의시설이 부족해 여행을 떠나는 순간 시련을 겪기도 하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장애인의 여행에 대한 욕구는 건강관리, 경제적 지원 순에 이어 세 번째에 해당한다.

정읍시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박종형)은 매년 2회 정도 전국 관광명소 여행을 다니고 있으나 장애인분들의 여행 장소, 기간에 대한 다양한 기대를 다 채워드리는 부분이 늘 부족해 죄송스러웠다.

마침내 정읍시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박종형)은 2001년 개관한 이후 처음으로 중증장애인 13명과 함께하는 2박 3일 제주여행을 계획했다.
개관이후 처음인 만큼 장애인분들의 제주여행에 대한 소망이 컸으나 재정 상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없어 ‘내 생애 첫, 제주여행’을 기획하고 참여자 13명을 선발했다.

▲ 박종형관장이 복지관회원을 모시고 있는 모습이다.
제주 여행을 가야만 하는 사연도 제각각이다.
제주여행이 흔하다 싶은 요즘, 장애발생 후 70평생 한 번도 제주여행을 가보지 못했다는 어르신, 수학여행 당시 IMF로 제주 수학여행이 취소가 되고 장애가 생겨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청년, 먹고살기 바빠 제주여행을 미뤄두고 이제 살만 하다 했는데 장애가 생겨 그대로 주저앉았다는 여성장애인, 갖은 날품팔이와 농사일을 해서 제주 여행 갈 돈은 모았지만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어 혼자서는 엄두를 못 내고 세월 보낸 60세 지적장애인 어르신 분등 모두의 사연이 절실했다.

이렇게 절실한 제주여행을 우리끼리만 가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 하기로 하고 동행자를 찾던 중 정읍라이온스(회장 김창식)가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다.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의 마음이 초등학교 소풍가는 아이들 마냥 설렌다.
장날 나가 구두도 사놓고, 병원 진료도 미리 해서 약도 타다놓고, 자녀들에게 제주여행 가니 용돈 준비해놓아라 말도 해놓고, 나만 좋을 수 없어 2박 3일 안주인 없는 집 티 안 나게 밑반찬이며 옷가지등 살림준비를 신나게 해놓고 있다.

정읍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13명의 참여자와 함께하는 정읍라이온스 동행자와의 상견례 자리를 마련해 인사도 나누고 중증 장애인분들이 2박 3일 여행이 편안하고 안전할 수 있도록 장애이해교육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이제 ‘내 생애 첫, 제주여행’이 성사 될 수 있도록 친인척 상(喪)도 없어야 하겠고 스스로 아프지도 말자며 서로서로를 다독이고 그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역사회와 동행해서 처음 떠나는 ‘내 생애 첫, 제주여행’이 앞으로 정읍시 중증장애인의 제주여행 본보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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