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열 초대칼럼>아내의 빈자리

지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2박 3일동안 경기도에 있는 실촌수양관 에서 개최하는 전국 권사회 수련회에 나의 아내가 전주지방 권사회 제1부회장 자격으로 다녀왔다.

나의 아내와 30여년 가까이 부부생활을 해오면서 내가 교육이나 출장으로 1주일 안밖의 기간동안 집을 비우는 일은 종종 있었으나 아내가 2박3일 동안 집을 비우고 출타한 것은 내기억으로는 한 두차례 밖에 없었던 것으로 생각난다.

나의 아내는 거의 집과 교회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몇일간 출타하고 집을 비우는 일이 쉽게 생각되지 않았던지 몇 번이나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내년도에 회장을 해야 할 부회장이 참석하지 않으면 회원들로부터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 같다며 결국은 참석하게 되었다.

2박3일동안 갔다 오는데도 그동안 식구들이 먹을 수 있는 밑반찬거리를 만들어 놓고 내가 입고 출근할 바지 와이셔츠 다름질등, 평소에 자신이 해오던 일, 이것 저것을 남편인 나에게 꼼꼼히 알려주면서 챙겨 놓는 아내를 보면서 “내가 알아서 잘 할테니 이제 그만 하고 잠이나 자”라고 한마디 했다.

이른 아침 7시에 출 하기 때문에 너무 늦게 잠을 자면 피곤 할 것 같아서 한마디 한 것이었으나 내가 교육이나 출장을 가게되면 아내가 필요한 모든것을 챙겨 놓기 때문에 가방만 들고 나가면 되었지만 막상 아내가 집을 비우게 될 때에는 남편으로서 세심하게 챙겨주고 도와준 것도 없이 내가 알아서 잘 하겠으니 이제 잠이나 자라고 말 하는 남편인 내가 잘못 되었어도 한참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해서 첫날밤을 나홀로 침상에 누워 있는 것이 왠지 외롭고 쓸쓸하기만 했다. 아마 이틀간이라는 시간이 하루보다는 멀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을 것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 부부 침상에 나 혼자 누워 잠을 자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을것이다.

내가 출타하여 지낼때에는 그곳에서 별생각 없이 잠을 자는데 막상 아내가 집을 비우고 나혼자 누워 있으니 아내 생각이 떠올라 곧바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TV를 켜놓고 있는데 막둥이가 자기 베개를 들고 들어와 "나 아빠하고 잘거야 "하는 것이었다.

우리 막둥이는 내가 당직이나 출타를 하게 되면 내 잠자리에서 제 엄마랑 같이 잠을 자곤 했으나 나혼자 잘때면 여자애기 때문에 아빠하고 잠을 자지 않을 것 같아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베개를 들고 들어서는 막둥이가 그렇게 사랑스럽고 고마울 수가 없었다.

이러한 막둥이로 인하여 이틀밤을 외롭지 않게 잠을 자는 시간 또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중 3학년으로 성숙했어도 아빠 혼자 자는것이 안좋게 보였던지 아빠를 찾아오는 막둥이!!
이것이야 말로 부모 자식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사랑이 아닐까 싶다.

아내가 다녀와서 내게 하는 말이 "여보 별 일 없이 잘 지냈어요? " 하는 것이었다.
떨어져 있는 동안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해왔기 때문에 별 일 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내가 하는 그 말을 가볍게 받아 들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별일이야 없었지만 당신이 집을 비우면 안되겠더라. 왠지 외롭고 쓸쓸해”고 말했다.

"이틀인데 뭐 그래요" 라고 말 하면서도 나의 아내의 입가에는 미소가 감돌았다.

어느새 이틀 동안 수련회의 꽉 짜여진 일정으로 피곤하였던지 스르르 잠들어 있는 아내를 다시금 바로보며 “여보 사랑해!! 당신은 나의 보배”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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