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편집국>현장25시-고창 봉덕리 1호분 발굴

▲ 금동신발
▲ 봉덕리 1호분에서 출토된 토기.
정읍인근에 위치한 전북 고창 봉덕리 고분에서는 국내에서 출토된 것 가운데 가장 보존상태가 양호한 금동신발과 칠기로 만든 화살통, 그리고 중국제 청자 등 다량의 유물이 출토됐다.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소장 최완규)는 지난 6월부터 4개월에 걸친 발굴조사 결과, 한성 백제기의 마한문화 전통을 가진 분구묘임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28일 고인돌박물관과 봉덕리 고분 발굴조사 현장에서 발표했다.

이번 발굴조사가 이루어진 봉덕리 1호분은 방대형(方臺形)으로 길이 72m, 너비 50m, 높이 7m 정도로 그 규모가 커서 작은 야산으로 보일 정도이다. 이 분구묘는 구릉의 말단부를 장방형 형태로 다듬은 후 그 위에 성토하여 분구를 조성하고, 상부에는 석실분 5기와 옹관묘 2기를 안치하고 있다. 이번에 다량의 유물이 출토된 석실분은 4호분으로 다른 석실분이 횡혈식인 것과는 달리 수혈식으로 분구의 동남편에 치우쳐 자리하고 있다.

4호 석실 내부 유물의 배치상태를 보면 시신이 안치되었을 중앙에는 머리부분에서 청동제 대나무잎 모양의 장식(竹葉形頭飾)이, 머리와 가슴부분에서 귀걸이(耳飾) 2쌍과 곡옥 2점을 비롯한 다량의 옥이 발견되어 합장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팔 부분에서는 칠기로 만든 화살통, 대도(大刀) 2점과 손칼(刀子)이 놓여져 있었는데, 대도 1점은 칼자루와 칼집이, 손칼은 손잡이가 완전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한편 금동제 신발은 발치쪽에서 약간 비스듬이 뉘어진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우측신발 내부에서는 뼈가 남아 있었고, 좌측에서는 직물류 흔적이 발견됐다.

중국제 청자와 호는 동남 모서리에 나란히 놓여져 있었고, 남벽 중앙에는 국내 최초로 발견된 소호장식유공광구호(小壺裝飾有孔廣口壺)가 기대에 올려진 채 발견되었는데 그 밑에서 은제 탁잔이 출토되었다. 그리고 북벽에는 성시구와 등자를 비롯한 마구류와 철제 무기류가 놓여져 있었다. 발치쪽 서편의 단벽에서는 개배 18점이 발견됐다.
금동제 신발은 목부분과 측판 2매, 바닥으로 구성되었는데 각각 작은 못으로 결합하였고 측판과 바닥에는 빈틈없이 투조로 장식되어 있다.

바닥에는 18개의 스파이크 모양의 징을 부착했는데 부착지점에는 6엽의 화판이 장식되어 있다. 특히 바닥 중앙에는 1마리의 용을 배치하였고, 발뒤꿈치 부분에는 고구려(장천 1호분)고분벽화나 무령왕릉 과대 장식에 보이는 역사상(力士像)이 투조되어 있다. 또한 여백의 공간에도 봉황이나 그 밖의 길상조(吉祥鳥)가 투조로 장식되어 있다.

머리부분에서 출토된 대나무잎 모양 장식(竹葉形頭飾)의 한 쪽 끝에는 꽃봉오리 모양의 장식을 부착하고 있는데 반해, 다른 한쪽 끝은 매우 뾰족하게 머리나 관에 꽂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소호장식유공광구호는 일본 고분시대의 토기인 스에끼(須惠器)에서는 장식호(子持壺)라 불리는데 금번 고창에서 출토된 것은 이들 토기의 원류로서 한일 고대 문화교류의 한 단면을 살필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또한 이 토기를 받치고 있었던 그릇받침(器臺)의 하부에는 토제 구슬을 넣고 막은 형식으로 제작되어 방울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는데 제의 의식에 사용된 토기였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와 더불어 보존상태가 양호한 대도의 자루 장식은 규두(圭頭)로 추측되는데 이 토기와 더불어 한일 고대문화 교류의 증거가 되고 있다.
이 고분의 조성연대는 고분의 구조나 4호에서 출토된 남조대의 청자연대를 참고하면 5세기 초엽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봉덕리 1호분 주변에는 마한 분구묘 계통의 분묘가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마한의「牟盧卑離國」의 중심지로 지목할 수 있는데, 이번에 출토된 유물을 통해 볼 때, 백제 영역화 이후에도 이 지역을 중심으로 상당한 정치세력이 유지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발굴결과는 마한문화의 단면을 새롭게 규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과 백제 중앙과 지방과의 관계를 조명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금동신발을 비롯한 유물이 수습과정에서 훼손될 것을 우려하여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실의 지원을 받아 수습 및 응급조치를 완벽하게 시행하였으며, 일부 유물은 현재 보존처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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