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근 칼럼> '작은 일이라고 하찮은 것만은 아닙니다'

▲ 문경근주필
한 해의 끝자락이 바로 눈앞입니다.
마지막 구겨진 달력 한 장이 가는 해를 붙들고 있지만 조금은 힘겨워 보입니다.
연말의 보도매체들이 내놓은 뉴스의 결산에 의하면 올해 역시 어려운 일들이 참으로 많았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느 한 해 다사다난이란 수식어가 붙지 않은 때가 없었습니다.
반면에 사람 사는 일상 속의 작은 일들이 그 뒷면에 묻혀버리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연말이면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에 관한 일들을 되돌아보며 이를 평가하고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러나 지난 일 년을 반추하다보면, 만족스럽다기보다는 아쉬운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는 사람들이 많아 보입니다.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계획이란 어느 정도 높고 크게 세워야 개선과 발전을 기할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의 짐을 지고, 차근차근 해야 될 일도 단박에 해치우려 한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생활 속의 과적과 과속, 이는 실용과학에서 말하는 과부하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큰 것, 많은 것, 높은 것 등을 지향하는 것은 인간의 속성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거기에 남보다 앞서 이루려는 조급함까지 더해진다면, 작은 일들은 저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각박한 현실을 핑계로 ‘작지만 소중한 것’에 대한 사랑을 외면해온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우리 삶의 하루하루는 작은 일들의 연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사회의 저변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작지만 소중한 일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은 일들을 잘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아름다운 배려, 따스한 마음, 정겨운 웃음이 깃들여 있습니다.
그들 속에는 작지만 옹골찬 기쁨의 편린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들은 차근차근 쌓이게 되면 언젠가는 행복이라는 큰 이름으로 나타나게 될 아주 귀한 것들입니다.

이렇듯 작지만 소중한 일들을 하나하나 챙기다보면, 지나간 한 해는 결코 아쉬운 일만 있었던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작은 일이라고 결코 하찮은 게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면 송년이 보다 따뜻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추리작가 코난 도일은, ‘가장 좋은 것은 조금씩 찾아오며, 작은 구멍으로도 햇빛을 볼 수 있다.’ 라 했습니다. 그리고 ‘작은 것일수록 더없이 소중한 일이다.’ 라는 말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합니다.

올 연말에는 이루지 못한 큰일을 끌어안고 아쉬움의 마침표를 찍기보다는, 작지만 소중한 성취들을 하나하나 챙기며 지긋이 미소지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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