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근주필의 신(新) 과거시험 체험기>어르신들과 인터넷의 만남, 그곳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2011년 어르신정보화대전이 행안부주최로 서울에서 열렸다/사진 문경근주필
며칠 전 전국 어르신 정보화제전의 일환으로 시행된 ‘어르신인터넷과거시험’에 얼굴을 내민 적이 있습니다.

‘어르신 인터넷과거시험’
이름도 생소하지만 어르신과 인터넷 그리고 과거시험이라는 세 단어의 조합도 어딘가 잘 어울리지 않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행사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세 가지의 키워드는 아름다운 어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행사는 고령화가 갖는 사회적 문제를 함께하고 IT를 통해 활기찬 노후생활, 따뜻한 디지털 사회 구현을 표방하며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전국적인 규모의 제전입니다.

개인별 컴퓨터가 마련된 널따란 경연장에는 전국에서 모인 200명 가까운 60~80대의 어르신들과 관계자들로 북적거렸습니다.
그들의 주름진 얼굴에는 지난 세월의 연륜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으나, 노년의 어두운 그늘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결같이 즐거움과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나이 든 이의 침착함과 여유로움으로 여느 시험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그 자리에 모인 어르신들은 인터넷의 변두리에서 이미 중심부로 이동하고 있으며, 결코 정보화 사회의 구경꾼이 아니었습니다.

과거시험의 시작을 알리는 구호가 떨어지자, 장내는 온통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이 들렸습니다.
그 소리는 어르신들의 심신이 한결같이 건강하다는 신호나 다름없었습니다.
인터넷 정보를 검색하며 주어진 과제를 문서로 작성하는 한 시간 동안, 어르신들은 긴장 속에서도 과정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겨루기라는 긴장이 끝나자, 언뜻 떠오르는 생각 하나가 머릿속을 잠시 여유롭게 했습니다. 옛날의 과거시험장엔 바닥에 지필묵(紙筆墨)이 있었다면, 이날의 과거시험장엔 책상 위에 컴퓨터와 자판만이 떡 버티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주어진 과제가 있다는 것은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같은 점이 아닌 가 생각해봅니다.
주최 측에서는 ‘과거시험’을 무사히 마친 어르신들을 위로하기 위한 여흥 프로그램도 마련했습니다.
옛날의 과거시험에도 이런 여흥 시간이 있었을까 자못 궁금해집니다.

오늘날의 우리나라를 만드신 진정한 공로자는 바로 여기 계신 분들이라고 치켜세우는 사회자의 말에 어르신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가장 먼 거리인 제주도에서 오신 여든 다섯 된 어르신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를 연거푸 외쳤습니다.
그리고 두 팔을 높이 들어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마치 노인들에 대한 일부의 잘못된 시각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IT는 젊은이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어르신들 속에서, 나는 경연이라는 긴장보다 오히려 어르신들의 건강한 도전과 즐김을 보며, 흔치 않은 감동을 체험했습니다.

또한 IT정보의 접근과 정보사회의 참여도 활기찬 노후생활의 한 가지 조건이 된다는 것을 몸소 확인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들의 조성은 어르신 개인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볼 때, 정책적 배려의 확대와 보다 적극적인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은 고령화가 갖는 사회적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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