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장의 딴생각> 농촌할머님들과 ‘택견 선상님’의 데이트

▲ 김석환관장이 농촌을 찾아 택견을 전수하고 있다.
세계적인 미녀로 이름 높은 여인의 이름은 안젤리나 졸리. 대한민국에선 김혜수, 김태희, 김아중.....미녀들도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정읍에는 누가 있을까요?

김관장 뇌리에 딱 떠오르는 이름? 어디보자....
닭베미댁, 빈민댁,장군댁,송영굴댁,언허댁, 솜리댁, 베들이댁, 하송리댁, 덕천댁이란 이름을 가진 미녀들입니다.
이 미인들이 누구 인고 하니 지난 3월부터 신태인 북부노인복지관에서 벌이고 있는 ‘경로당 활성화 사업’으로 택견을 배우시게 된 이평, 감곡, 태인 일대에 사시는 할머님들이십니다.

택견을 가르치러 간 첫 날, 경로당에 옹기종기 모여계신 할머님들을 뵙고는 사실 눈앞이 캄캄해졌지요. 환갑이 지나 칠십, 팔십, 구십을 바라보는 연세에다가 평생 밭일, 논일, 집안일, 거기다가 자식농사까지 한 날 한 시도 쉬지 못해 몸 한 구석 성한 곳이 없으시더군요.

앉아 계시기도 힘든 분들 모시고 도대체 무슨 운동을 가르쳐드린단 말인가.......자동차로 한시간이나 달려온 길 그냥 되돌아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젊은 사람들 가르치듯 손질, 발질, 허리 휙휙 돌리기를 할 수도 없고 아이고 김관장 죽네!

그 때 였습니다.

“아이고 선상님 참말로 고맙네여 이 늙은이들 보러 이 촌구석까징 와주시고요잉~
자식들도 안 오는디~ 근디 선상님은 뭔 선상님 이시다요?“
할머님들은 택견이 뭔지도 모르시면서, 뭘 배울지도 모르시면서 이렇게 모여 계셨던 겁니다. 젊은 선상님 얼굴 구경이나 하자 하셨던 겁니다.
저는 얼른 차로 돌아가 북을 꺼내 왔습니다. 택견은 포기하고, 노래나 한 자락 해 드리고 가자 싶어서요.

둥둥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에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밟었네 밟었네 무엇을 밟었나아~ 한 밤중에 시아버지이~~거시기를 밟았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그런데 왠 일 입니까? 서 있기도 힘들다던 할머님들께서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시기 시작하더니 무아지경에 빠져 택견 고수들한테 나온다는 굼실굼실 능청능청 그 몸짓이 바로 나오시는 겁니다. 온 몸에 힘을 뺀 상태에서 북 소리에 맞춰 한 번도 배운 적 없지만 우리 모두가 유전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우리 민족 고유의 몸짓이 나오시는 겁니다.

그 때부터 저는 소리 선생으로 위장한 춤 선생이 되었고 할머님들은 한 동작 한 동작 택견
비슷한 춤을 배우고 계십니다. 논일 밭일로 굳은 대로 굳은 몸도 풀어지셨지만 몸보다 먼저 마음이 풀어지시는 게 보입니다. 마음이 풀어지니 어두우셨던 안색도 환해지십니다.
일 주일 한 번씩 이 할머님들은 젊은 ‘택견 선상님’을 만나기 위해 정읍 최고의 미녀가 되십니다. 선상님 드시라며 뜨신 밥도 해 놓으시고, 쑥도 손수 캐서 쑥떡도 만드시고 가져다 먹으라고 고추장, 된장, 청국장 다 싸놓으십니다.

부디 부디 우리 정읍의 미녀님들께서 만수무강하시길, 더욱 아름다워지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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