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신용초등학교 송경애교장 '마을발견' 신간 출간

▲ 신작 ‘마을발견’을 출간한 신용초등학교 송경애교장(왼쪽)이 참배움터 정경미대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작은사진은 신간 ‘마을발견’>

광주 신용초등학교 송경애교장이 신간 ‘마을발견’을 출간해 국내 출판가에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저자인 송경애교장은 올해부터 신용초등학교에서 마을과 학교의 ‘오작교’ 역할을 하고 있다.

송 교장은 광주빛고을혁신학교 추진위원(2014년~2015년), 광주마을교육공동체 추진위원(2015년부터),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2018년), 광주마을교육공동체포럼 상임대표(2019년부터)로 살아오고 있다.

“‘잠깐 머물다 가는 이들이 오래된 생명을 함부로 베거나 허무는 것은 부당하다. 적어도 백 살이 넘은 나무라면 나무와 긴 시간을 공유한 마을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물어야 한다”(본문 30페이지)

신작 ‘마을발견’은 마을교육공동체를 꿈꾸는 이가 발견한 마을의 이야기다.

마을교육공동체를 향한 꿈과 탄식, 도전과 절망, 그 속에서 도란도란 나눈 재미난 일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했다.

작가는 마을교육공동체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안에서 많은 마을들을 만났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 마을사람들과 함께 모내기를 하고, 마을축제도 함께하며 학교에는 마을의, 마을에는 학교의 이야기와 고민을 전하기도 했다.

신뢰와 관계, 정체성, 공간과 성장, 사람과 연결 속에서 학교공동체와 마을공동체가 아닌 공동체를 이야기 하고 있다.

섬섬옥수 섬세함이 묻어나는 ‘마을발견’은 마을교육공동체, 마을교육과정 그리고 사람과 마을에 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고 상냥한 표현으로 알지 못했던 부분을 일러주고, 내 고민에 공감해준다.

가을 햇살이 스미는 순간이었다.

묵직하면서도 경쾌한 외마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작은 생명체의 표정이 이토록 당당하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 괭이밥 꽃은 오밀조밀 단정하게 노랗고, 닭의장풀은 수채화처럼 맑은 파랑을 가지 끝에 올렸다. 아기새마냥 앙증맞은 연보랏빛 새콩 꽃이 황홀했고, 모가지 길게 뻗어 도란도란 피어난 씀바귀 꽃이 정겨웠다. 이삭마다 눈부신 햇살이 내려앉은 강아지풀은 유려하게 흔들렸다. 사지창을 겨누며 들러붙을 준비를 마친 갈빛 도깨비바늘 씨앗조차 촤르르 빛나는 날이었다. 흔하디 흔한 작은 풀꽃들이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제 꼴을 만들고 제 빛을 뿜었다.

‘아, 아이들도 그럴 수 있다면!’

서른 해 가까이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 ‘교사는 수업으로 말한다’ 여긴 시절도 있었고, 삶으로 가르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어린 딸아이를 교무실 소파에 재워놓고 새벽이 밝아오도록 연구와 자료 제작에 몰두하던 날들은 좋은 선생으로 아이들과 마주하고 싶은 갈망의 표출이었다.

스무 해가 다 되어서야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 아이를 둘러싼 세계가 온전치 못했다.

아이들의 삶이 학교에만 있지 않았다. 그들의 온 삶이 행복하길 바란다면 좋은 학교 너머 더 좋은 사회를 상상하고 고민해야 했다.

까맣게 잊고 살았다.

조각난 기억의 끄트머리를 붙들고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거기 우리들의 오래된 미래와 시리도록 푸르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뗄 때마다 저마다의 빛깔로 이야기들이 반짝였다. 작지만 단단했고 소소하지만 찬란했다. 빛이 아이들을 넉넉하게 감쌌다. 한 바퀴 돌아 다시 그 자리에 설 때마다 어제와는 다른 빛을 발견했다. 하방연대(下方連帶)의 이야기들이 시냇물처럼 재잘거리며 바다를 향했다.

학교 현장을 떠나 일 년을 보낸 적이 있다. 광주 마을교육공동체 정책을 처음 실행한 2016년이었다. 지금 여기, 아이들의 일상이 조금 더 따듯하고 사람 사는 맛이 나도록 군불을 지피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아슬아슬하게 치닫는 경쟁의 도가니에서도 우직하게 사람의 길을 보여주는 마을님들과 어깨동무하고 싶었다.

무던히도 쏘다녔다.

많은 마을을 만났다.

마을교육공동체를 고민하는 마흔세 개 마을을 찾았다.

계절이 변하고 해가 바뀔 때까지 일주일에 두세 날은 어김없이 마을로 가서 돌아다녔다.

별이 초롱한 밤 마을 모임에 초대한 이도 있었고, 1박 2일 캠프에 불러준 마을도 있었다.

모내기를 같이 했고 마을축제를 함께 즐겼다. 학교와 마을의 중재 역할을 요청한 이도 있었다.

서울 마포의 성미산마을과 삼각산 재미난 마을에서 배웠다.

일본 아만토 마을과 덴마크 스반홀름 공동체도 둘러보았다. 깨어 있는 거의 모든 순간 나의 몸과 마음은 마을에 머물렀다.

이 책은 마을교육공동체를 꿈꾸는 이가 발견한 마을 이야기이다. 예닐곱 해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을 지속하며 광주만의 ‘결’을 발견했다.

뜨거운 갈망과 통렬한 비판의식을 품고서도 운동하는 이들의 표정은 마을을 지키는 나무들처럼 다정했다. 말과 품이 넉넉했다.

이 이야기를 기록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슬프고도 강인한 아름다움의 실체와 그것이 빚어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내 문장으로 옮기고 싶었다. 섞여본 적 없었던 이질적 그룹을 만나 쓰러지고 멍들며 익어가는 고군분투를, 마을교육공동체를 향한 꿈과 탄식을, 도전과 절망을, 그러면서도 도란도란 재미난 일상을 소상히 알리고 싶었다.

읽기는 곧잘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인간이 낑낑대면서도 골방에 들어앉아 책을 쓴 까닭이다.

현장과 실천을 귀하게 여긴다.

교실이 학교에선 중요한 만남의 현장이듯, 지역에선 마을이 그렇다. 2016년부터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까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소리를 담기 위해 마을교육공동체를 주도하는 마을을 찾았고, 마을님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어떤 기록은 나의 시선을 따라 흘렀고 또 어떤 기록은 마을님의 입장이 강하게 담기기도 했다. 혹여 의도하지 않은 왜곡이나 과장 혹은 생략으로 현장의 귀한 활동에 누가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다.

<마을 발견>은 광주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을 논리로 구축하기보다, 생생한 삶과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펼쳐 보이는 방식을 택했다.

어떤 정책, 어떤 운동도 삶 속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작동 원리, 즉 현장의 희로애락을 살피지 않고서는 깊게 뿌리내리기 어렵다.

일상에서 만들어가는 마을님들의 이야기, ‘지금 여기’의 목소리에 온 힘을 다해 귀 기울일 일이다.

이 책을 통해,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동료들이 두려움 없이 세상과 어깨동무하기를 바란다. 마을을 따듯하게 품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그리고, 너무 열심히 살고 있는 당신께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스스로와 더불어가 만나면 기적이 연출된다.

오마이뉴스 오연호대표(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나도 덩달아 꿈틀거리고 싶어진다. 송경애 선생님이 오랫동안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을 해오면서 왜 지치지 않고 즐길 수 있었는지 궁금했는데, 그 비결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며 “마을에서 ‘스스로’는 어떻게 ‘더불어’를 만나고, 운동은 어떨 때 의무가 아니라 즐거운 축제가 될까? 발견의 기쁨을 이 책과 함께 누릴 수 있다”고 추천사에서 극찬하고 있다.

그는 이어 “마을도서관, 청소년카페, 달빛 걷기, 마을축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마을의 시민’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가 매혹적인 현장에 오래 함께 해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찰진 문장에 담겨 있다.”며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구나 싶어진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 말이 절로 나온다.”고 덧붙였다.

오 대표는 “그래, 이게 사는 재미지! 이게 삶을 위한 교육이지!”라고 탄성을 자아냈다.

​삶, 배움, 노동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깨움마을학교사회적협동조합 이민희대표는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이 펼쳐지는 삶의 현장은 단순하지가 않다. ‘삶과 배움이 분리’된 교육의 문제 못지 않게 ‘일터와 삶터의 분리’도 공동체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으로 나선다. 아이들은 삶과 유리된 학교 담장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어른들은 삶과 유리된 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현상이 중첩되어 있는 곳이 우리의 삶터이고 마을이다.”며 “ 송경애 선생님의 책 ‘마을 발견’을 읽으면서, 마음 속 아래로부터 끓어오르는 뭉클함을 느꼈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우직하게 마을을 일구는 사람들, 마을 교육이라는 ‘오래된 미래’를 회복하기 위해 과감한 모험을 마다하지 않은 사람들, 지금 이 시각에도 어른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성찰하며 나아가는 사람들, 백 년을 내다보고 대를 이어 뿌리를 내릴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고 위로를 받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이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 담뿍 어린 따뜻함이 살포시 어깨를 감싸는 듯 하다.”고 박수를 보냈다.

이 책은 그런 ‘오늘’을 삶으로써, 노동으로써 일궈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을 염원하고 좀 더 좋은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질문을 품고 한 발씩 전진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희망은 있는 것이다.

작가는 야생의 느낌을 사랑한다.

있는 그대로의 산과 들, 풀과 나무, 흙과 물을 만날 때 행복하다.

조미료가 가미되지 않은 찬을 좋아한다.

원재료의 본성을 음미하는 시간을 아낀다.

서른 해 몸담아 온 학교라는 복잡계에도 야생의 아름다움이 깃들기를,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솔한 꿈과 이야기가 넘실대기를 바라며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나름 애쓰는 중이다.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열아홉 해 동안 자연은 가장 큰 스승이었다.

어른이 된 후에도 고뇌가 깊어질 때마다 고향 호숫가에 앉아 길을 묻곤 한다.

우리 아이들이 만나는 일상도, 그곳이 학교든 마을이든 어디든 자연을 닮았으면 한다.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말과 몸짓이 절로 일어나는 일상, 공존 공생의 철학을 깨닫는 삶이면 좋겠다.

그럴 수 있도록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아주 작은 몸짓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

<출판사/ 도서출판 기역 저자/송경애 출간/2020년 12월 24일 판형/153*225 면수/270쪽

가격/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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