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쓰지 않으면 죽을 거 같아서’ 출간한 신인 이혜숙작가 화제

▲ 이혜숙작가가 자신의 분신인 데이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근 신간에세이 ‘쓰지 않으면 죽을 거 같아서’를 출간한 이혜숙작가(68)는 가족형 레스토랑 ‘데이지’를 18년째 운영하며 글을 써왔다.

▲ 신간에세이 ‘쓰지 않으면 죽을 거 같아서’<이혜숙 저>

비교적 한적한 곳이지만 데이지에는 문학과 철학을 좋아하는 호남의 논객들과 이 작가를 누이삼은 다양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녀에게는 데이지 향기가 느껴진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어딘가에 메이지 않는 자유함도 있다.

‘따뜻한 밥 한끼 대접하고픈 맘’으로 이색적인 돈가스 야채쌈를 대표 메뉴로 한 데이지 식당을 동료들과 함께 열었다.

임산부에서 연세든 어르신까지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늘 엄마처럼 이모처럼 다정한 말벗이 되어주는 이 작가는 그들과의 대화에서 작품의 소재들을 찾곤 한다.

정성스런 음식을 변함없는 마음으로 대접하고 있는 식당의 ‘주인장’이지만 이 작가는 문학소녀의 꿈을 평생 간직하고 틈틈히 식당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글을 써왔다.

휴식 시간을 이용해 써내려간 그녀의 글은 어느새 페이스북을 통해 세상에 전해지고 글항아리 출판사 편집자의 눈에 띄어 ‘꽃 단장’하고 ‘쓰지 않으면 죽을 거 같아서’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그녀와의 인터뷰에 앞서 단숨에 읽어 내려간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는 ‘군더더기 없는 입담과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통해 삶에 대한 애잔함을 선사하고 있었다.

특히 사람에 대한 정과 사랑 맛깔스러움을 더하고 인간 관계를 푸는 철학과 인연의 미학이 곰삭은 묵은김치 한가닥의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나이를 초월해 이 작가와 ‘도반’으로 동행하고 있는 참기름터 교육공동체 정경미대표는 “데이지는 음식을 통해 소통의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어주는 광주의 명소이자 향기나는 사람들의 플랫폼이다”며 “각박하고 어려운 세상살이에 지친 목마른 나그네들에게 위로를 주는 생명의 샘터와도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쓰지 않으면 죽을 거 같아서’는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고오신 이 작가의 인생을 담았고 최선을 다해 건너가고 또 건너 온 삶의 징검다리가 이어진 엄마의 일기다”고 소개했다.

이 작가의 신간 ‘쓰지 않으면 죽을 거 같아서’는 글항아리 출판사에서 기록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아주 보통의 글쓰기’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사람은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는 삶을 품듯이 타인은 내가 되고 나는 타인이 되는 따뜻한 기록이다.

출판사 글사랑 편집 담당자는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소설을 쓰고 싶었으나 쓰지 못한 한(恨)이 녹아들어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한두 편만 읽어봐도 이 책의 대사와 묘사가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며 ”현실과 과거를 오가는 솜씨라든지, 딴 데 쳐다보며 묵직한 어퍼컷을 먹이는 듯한 통찰도 곳곳에 녹아 있다.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품은 기억대로, 담긴 풍경대로 쓰고 있지만 3년 묵은 오모가리처럼 잘 익은 작품이다“고 설명했다.

어느날 소설가가 된 후배에게 나도 소설 쓰고 싶다 했더니 비웃었다.

그래서 오기가 났다.

그래도 되고 싶은 것은 소설가였다.

여고시절 뭔가를 쓰느라 원고지가 쌓인 것이 책상 한 가득이었다.

그러나 이루어진 것은 없었다.

그리고 이 작가는 2002년 느닷없이 식당 주인이 됐다.

그녀의 나이 쉰한 살 때였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나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얇고 자그마한 에세이 한 권을 갖게 된 것이 아직도 꿈만 같다.

식당이 안정을 찾고 돈도 좀 벌고 난 이후인 2016~2019년 마음먹고 인생을 돌아보며 본격적인 창작을 시작했다.

“식당을 운영하며 틈틈이 사람들을 관찰했어요. 어느 날 식당 밖을 보니 데크에서 쉬고 계신 할머니는 제가 스무 살 시절 세상을 뜬 증조할머니와 닮아 있었고, 흰 수염이 많은 넉넉한 몸피를 지닌 할아버지는 헤밍웨이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녀의 삶의 터전에는 누구누구를 떠올리게 하는 무수한 사람이 왔다 갔다 한다.

그 사람들은 곧 그녀의 삶에 스며들었고 자신의 옛 삶과 함께 습작노트에 적혀 내려갔다.

이 작가가 자신의 책에서 “할머니의 표현은 ‘꼭 관청의 사다리처럼 키는 큰 것이 해질 때 왜 우두커니 서 있냐’였다. 식구들을 불안불안하게 했던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다섯 낳았다.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를 빌리자면 너무 많은 아이를 낳아 묶여버린 셈이다”라고 쓰고 있다.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야무진 마음을 먹었던 것이 ‘글사랑 독서회’였다.

‘삶의 의미’였던 첫째 아이를 등굣길에서 잃고 한없이 추락하던 그녀가 인생의 막다른 길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 작가는 “큰아이를 잃고 시선이 무서워 밖에도 못나갔는데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며 “서로 간의 차이를 걷어내고 반짝이는 깨달음의 순간으로 수렴되는 것, 어쩌면 여기에 일말의 삶의 진실이 담겨 있을지 모른다”고 고백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 작가는 “세상 살면서 심란한 마음은 글쓰기를 재촉하고 삶이 아름다울 수만은 없듯이 씁쓸함으로 얼룩진 기억들도 하나씩 소환하고 못난 삶도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내기 작가로 살고 싶다”고 말하고 총총히 주방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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