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정장훈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장>‘무문대도의 큰 덕산으로 호남인의 기상을 갖춘 어머니의 산’

▲ 전 내장산국립공원사무소장을 지낸 정장훈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장은 전천후 스포츠맨이자 환경 생태전문가다.
얼마 전 동창들과의 저녁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빛고을 광주(光州)가 예향의 도시, 생명의 도시, 민주화 운동의 발상지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사랑방 대담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면 광주를 상징하는 가장 큰 랜드마크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물어보니 하나같이 무등산을 손꼽았다.

친구들 모두 어릴 적부터 시간만 나면 수없이 오르내리며 만들었던 다양한 추억을 가지고 있어서 친숙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우리 고장의 자랑인 무등산의 가치는 얼마일까’에 대해서는 선뜻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가치를 논할 때 인간이 만든 화폐로서 가늠한다.
하지만 돈으로 산정하고 따지기 어려운 것이 자연이다.
자연은 사람에게 무한대의 영감과 행복을 주는 가치를 지닌다. 우리 인간이 자연과 공존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등산은 백두대간 호남정맥의 한복판에서 동서남북 두루 열린 무문대도의 큰 덕산으로 호남인의 기상을 갖춘 어머니산이다.
올해는 광주시민과 전라도민의 열망으로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지 5주년이 된 해다.

그동안 국립공원으로서의 품격과 위상에 맞도록 개선하는 업무에 충실했다면 앞으로는 국립공원 가치에 대해 보다 수준 높은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특히 국립공원의 지정 목적인 보전과 이용의 균형을 뛰어넘어 해당 지역의 향토사학적 고찰과 인문학적인 요소들을 공원 관리 정책에 함께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무등산은 헤아릴 수 없는 크고 위대한 가치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1000m 이상의 산정에 위치한 주상절리대를 비롯한 봄꽃과 겨울 상고대, 천년사찰의 역사·문화자원 등을 보기위해 매년 360만 명의 탐방객이 다녀감으로서 다양한 훼손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4012종의 생명체가 건강한 자연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 백두대간 호남정맥의 한복판에서 동서남북 두루 열린 무문대도의 큰 덕산으로 호남인의 기상을 갖춘 어머니산으로 불리우는 무등산. 무등산 입석대의 위용이 범상치 않다.
동물들의 충분한 서식 및 이동 공간을 확보한 것도 주요 요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무등산을 사랑하는 광주·화순·담양 주민들의 주인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멸종 위기에 처한 25종의 생명체가 무등산에 둥지를 틀고 있어 시민, 보호단체, 지자체와 협력하는 서식지 보호·개선사업이 계속돼야 한다.

아울러 향토사학적 접근을 통한 자료를 발굴해 각종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고자 한다. 의병장 김덕령 장군의 영정이 모셔진 충장사, 전상의 장군의 충민사를 비롯한 금곡동 도예지와 도예공방, 의재 허백련 선생의 예술세계 등과 폭넓은 교감을 가질 수 있도록 콘텐츠를 체계화시켜 무등산권 문화경관이 주는 감동을 배가시켜야 한다.


그리고 인문학적인 관점에서도 무등산을 중심으로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 유서석록을 남긴 정지반·정지유 형제, 전국 각지를 떠돌며 서민의 애환을 노래하다가 무등산 자락에서 숨을 거둔 김삿갓, 10년간 수학하며 가사문화권을 다진 송강 정철, 그 외에도 많은 위인들이 무등산을 기반으로 문학 활동을 하였다.

근현대에 들어서는 더 많은 시인들이 무등산을 주제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분은 ‘큰 바위의 품을’ 등을 쓴 범대순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셀 수 없이 무등산을 오르면서 오감으로 자연을 느끼고 죽는 날까지 자연의 품에서 삶의 지혜를 찾고자 몸부림친 흔적을 그의 시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

무등산에는 자색의 강이 흐른다는 그의 시어 속에서 해발 1100m 서석대의 수정병풍이 석양 노을빛을 받아 붉게 물들어있는 모습도 연상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무등산 꿈과 이상을 노래한 듯하다.

금년엔 무등산 생태탐방연수원이 준공되고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으로 무등산의 품격이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등산이 잘 보전돼야 민주·평화·인권·안전의 도시인 광주가 친환경 국제도시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무등산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올 봄 범대순 무등산 시인의 의로움과 파안대소가 넘실거리는, 생기 넘치고 풍요로운 삶을 가꿔 나가길 소망해본다.

 

저작권자 © 새백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