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침의 시-도종환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우주는 사랑이다. 오늘이 마지막날이라면 그대에게 한송이 꽃으로 홀가분하지만 서러운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사진제공 장대석/전 중앙일보호남취재본부장>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 보다는
구름사이에 뜬 별이 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 보다는

동짓달 스므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으면 싶어

화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 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 였음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 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 이었으면 좋겠어

이세상의 어느 한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 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 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채
우리 서로 물이되어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 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면 좋겠어

이렇게 손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을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 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작권자 © 새백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