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신문
뉴스 지방자치 오피니언 미디어세상 스포츠ㆍ연예ㆍ여행 사람들 보도자료
2020.10.19 월 17:52
오피니언전문가칼럼
‘덤 값은 괜찮으니, 제 값이라도 쳐주세요<문경근칼럼>논에서 배우고, 벼에서 깨치다
양식 주는 것도 모자라, 덤으로 사람사는 이치도 보여줘
문경근  |  dall4321@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9.10.28  14:47:4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풍성하게 결실을 맺은 들판
계절은 자연의 흐름을 따라 가을의 막바지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갑니다. 서두름도 게으름도 없이 순리대로 나아갑니다. 계절의 가는 길에 사람도 함께 따라가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고 사람 사는 이치인 듯합니다.

   
▲ 문경근편집위원
절정으로 치닫는 단풍이 마치 가을의 대명사처럼 온갖 찬사를 받고 있는 요즘, 농촌에서 늦가을을 제대로 말해주는 것은 들녘을 꽉 채웠던 벼들의 퇴장과 뒤끝에 남겨진 황량한 들판입니다. 마지막 산물인 볏짚까지 사료나 거름으로 제공하는 것을 끝으로, 논은 가진 것을 온전히 주어버립니다. 온 힘을 다해 처절하게 달린 끝에 결승 테이프를 끊고서야 드러눕는 마라톤 선수처럼, 들판은 가진 모든 것을 한 점 남김없이 떨어냅니다. 곳간을 쌀로, 농심을 희망으로 채우기를 기대하며…….

이제 논바닥은 깡마른 맨몸을 드러낸 채, 다시 땅심을 기르기 위한 긴 동면으로 들어갑니다. 탈탈거리는 이앙기가 무논에 내려놓은 어린모들이 한동안 부대낄 때는, 저게 언제 자라서 양식이 되나 했습니다. 그러나 모진 비바람과 타는 가뭄도 견디며 포기를 살찌우고 논을 채웠습니다.

가끔 들여다보며 물이 부족하면 채워주고 거름이 모자라면 뿌려주는 농부의 정성과 땀에 보답하듯, 논은 군소리 없이 몸집을 불리면서 실하게 만들어진 결실을 사람들에게 줍니다. 성급한 농부가 양식이 모자란다고 재촉해도, 벼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순서를 다 채웁니다.


요즘의 제반 사회 현상에는 속성(速成)의 과욕으로 건너뛰기가 적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벼는 이를 거부하며 그들 나름의 순서에 따라 묵묵히 자신을 익혀갑니다. 때로는 가로등 밑에 있는 벼들이 제대로 익지도 못한 채 미리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지만, 그건 자연의 순리를 거치지 않은 건너뛰기의 탓입니다.


논은 사람에게 양식을 주는 것도 모자라, 덤으로 사람 사는 이치도 보여줍니다. 속성(速成)에 휩쓸리지 않는 순리, 뿌린 땀만큼 거두는 정직, 익을수록 숙이는 겸손이 그것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자연이 그렇듯이 논도 일부러 사람들을 가르치려들지는 않습니다. 그걸 보고 스스로 깨우치는 것은, 사람들의 몫이니까요.

이 가을에도 논은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농심을 시켜 마음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덤 값은 괜찮으니, 제 값이라도 쳐주세요.’ 라고…….

   
▲ 추수가 끝난 들판이 긴 여정의 쉼을 토해내고 있다

문경근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온주현 김제시의장 의원직 사퇴…"불미스런 사건 등 책임감 느껴"
2
전북 종교계 “전북도는 새만금 사업 해수유통으로 전환하라”
3
김만기 전북도의원 "악취 저감 개선사업, 실효성 의문"
4
정읍시의회 한빛원전특위, 3호기 재가동 반대 촉구
5
제23회 전라북도서예전람회…임천 신정례씨 대상 영예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소 : (우) 55738 정읍시 충정로 146(정읍시 상동 495-4)
제보 및 각종문의 Tel 063-536-0049, 010-3999-7802
사업자등록번호 : 549-16-01316 | 창간일 : 2009년 5월 11일 | 발행인 : 박성규 | 편집인 : 정종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종인
등록번호 : 전북 아-00034 | 등록일 : 2009년 3월 24일 | 종별ㆍ간별 : 인터넷신문 광고대행 출판사대행
Copyright © 2012 밝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www.goodnews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