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동연가

구로동 연가

영등포 구로동에서 불타는 사명감 하나로
수출산업의 전사가 된
더벅머리 내친구 공석이는
보이지 않는 새벽별을 보며 일어나
대낮같은 전등불 아래에서 꾸벅 졸다가
손가락 하나를 공장 바닥에 떨어 뜨렸다 .
구로동 벌집은 좁고 습했지만
웃음소리와 한숨은 벽을 타고 넘나 들고
떨어진 손가락은 천정을 타고 실어 나르기도 한다 .
구로동은 허기진 뜨거운 청춘들의 해방구
골목어귀 돼지 껍대기집은 연일 만원 성시였고
뒷골목 막걸리 고고장은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
그러다가 옆자리에서 흐릿한 청춘의 눈에 밟힌
꿈에서 그리던 이웃집 소녀와의 어색한 만남이
구로동은 새로운 인생의 출발이기도 하여
어둡고 습하였지만 활기가 있었고
내일을 기약 하기도 했다 .
구로동에서 목놓아 부르던 청춘의 연가는 모두 잊었지만
벌집 옆방
그 청춘 남녀들은 지금도
그옷, 그대로 입고 고향 길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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