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창간 특별프로젝트/푸른정읍의제21공동기획>‘생명의 강 동진강은 살아 있다’ 6번째 이야기

정읍에서 발원하여 서해로 흐르는 호남평야의 젖줄, 동진강

푸른정읍의제21추진협의회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진강프로젝트’그 두 번째 탐사가 지난 8월 1일 있었다.

‘생명의 강 동진강은 살아 있다’ 연재르뽀는 2차탐사 구간인 섬진강댐부터 종산리 운암발전소와 섬진강수력발전소를 거쳐 화호리 구마모토농장주 가옥과 정우소수력발전소로 이어지는 탐사일정을 세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오늘 연재할 ‘생명의 강 동진강은 살아 있다’ 6편에서는 지난 5편 정읍시 산외면 종산리 팽나무정에 있는 운암취수구와 운암발전소, 칠보면 시산리에 위치한 섬진강수력발전소까지의 탐사과정에 이어 낙양취입수문, 구마모토농장주가옥, 정우소수력발전소까지의 여정이 이어진다. <편집자 주>

동진강 도수로 (간선수로)

  

[탐사 일정 및 코스]

 점심식사(칠보)- (태산선비문화 유물전시관 /무성서원)

⑦산성정수장

⑧낙양리 취입수문

⑨신태인(김제간선수로 : 왕신여고 부근)

⑩화호리 구마모토농장주 가옥

⑪정우 소수력발전소 


 

태산선비문화권의 향내가 물씬 나는 칠보면 무성리 원촌마을에서 매운탕과 함께 점심을 해결한 탐사대의 오후 일정이 시작되었다.

당초 계획에는 없었지만 고운 최치원선생을 느껴볼 수 있는 감운정(感雲亭)과 불우헌 정극인 선생의 상춘곡의 배경지인 원촌마을을 둘러 보았다. 현재 칠보면 무성리 소재의 원촌마을은 불우헌 정극인 선생의 처가이며 단종왕후인 정순왕후의 태생지로 알려져 있다.

고운 최치원선생을 느껴볼 수 있었던 감운정

선비들의 우국지심을 느껴볼 수 있었던 칠보면 무성리를 뒤로 하고 일행은 산성리 정수장에 도착했지만 아쉽게도 휴일이라 방문을 할 수 없다는 경비직원의 말을 뒤로한 채 태인면 낙양리에 있는 낙양리 취입수문에 도착했다.  

1927년 5월에 준공된 낙양취입수문은 동진강유역 평야지대를 거미줄처럼 연결해 놓은 용수로(用水路)에 물길을 터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1926년 4월에 착공, 김제간선과 정읍간선 완공직후인 1927년 5월에 준공된 낙양취입수문은 동진강유역 평야지대를 거미줄처럼 연결해 놓은 용수로(用水路)에 물길을 터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즉 정읍 산외․칠보면에서 낙양리까지는 강 본류를 통해 관개용수를 흘려보내고 이곳에 취입수문을 설치, 김제 및 정읍간선으로 물길을 나눠 보내고 있는 것. 겨울철에 낙양취입수문은 농경지로 물길을 대는 김제간선과 정읍간선 쪽 수문을 모두 닫고 강 본류쪽 수문만 열어 놓는다. 농한기를 맞아 김제간선과 정읍간선 쪽 수로에는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용수공급을 완전히 차단하고 강줄기로만 물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 그러나 엄청난 양의 관개용수를 필요로 하는 영농기에는 강 본류로 향하는 수문을 거의 닫아놓고(홍수방지 등 유량조절용으로만 방류) 김제와 정읍간선으로 물길을 돌린다. 이 시설을 관리하는 농업기반공사 동진지부(옛 동진농조)가 정한 관개(灌漑)기간은 매년 4월1일부터 9월30일까지다. 이에 따라 관개기간이 시작되는 4월1일에는 낙양취입수문 기념비가 있는 낙양동산에서 ‘백파제(百派祭)’로 불리는 통수식을 갖고 수문을 열어 1백80일 동안의 급수작전에 돌입한다. 백파제 행사는 섬진강 상류에 운암제를 축조(1927년12월 준공)하고 도수로를 뚫어 옥정호의 풍부한 수자원을 호남평야에 끌어들임으로써 강유역 관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대역사(大役事)를 기리기 위해 낙양취입수문에서 해마다 개최해 온 통수식이다. 그 명칭은 수문 준공 기념비의 글귀에서 따왔다.

 특히 새천년 본격적인 영농개시를 알리는 2001년 통수식은 농업기반공사 출범과 더불어 83년 만에 수세(水稅)가 폐지된 것을 기념, 문동신 농업기반공사 사장과 각 기관단체장․ 농민 등 3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지난 1981년 동진농조(현 농업기반공사 동진지부)에서는 통수식이 열리는 4월1일을‘물의 날’로 지정, 풍년농사의 최대관건인 물 관리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9월말에는 납수제(納水祭)행사와 함께 각 용수간선의 수문을 닫게 된다. 통수식이 열리는 날은 매년 일정하지만 납수제는 9월20~30일 사이에 개최되며(올해는 25일) 10월 이후에도 2모작 등 농업용수 수요에 따라 수문을 조절, 물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 낙양리 취입수문(정읍시 태인면 낙양리)

국 내 최대의 곡창지대인 호남평야를 흠뻑 적셔내야 하는 지리적 임무를 떠안고 있는 동진강. 그러나 이 하천은 물의 양이 턱없이 모자라 애당초 이 같은 역할을 감당해내기에는 버거운 형편이었다. 때문에 섬진강 상류의 풍부한 수자원을 인위적으로 끌어들여 동진강에 쏟아 붓고 있지만 영농기 드넓은 평야지대에서 필요로 하는 막대한 양의 농업용수를 하천의 자연유로(流路)에만 의존할 수는 없었다. 이 같은 이유로 일찍부터 도수로(導水路) 건설 사업이 시행돼 농경지 사이사이를 거미줄처럼 연결, 이 지역서 천수답(天水畓)과 수리불안전답을 아예 없애버렸다.

동진강 유역 농경지에 큰 물줄기를 이루고 있는 도수시설은 김제용수간선(用水幹線)과 정읍용수간선, 그리고 계화도 간척사업의 일환으로 196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동진강도수로다.

 동진강 상류로 방류된 옥정호의 물은 계속해서 북서진(北西進), 정읍 태인면 낙양(洛陽)리에 있는 낙양취입수문에서 김제간선과 정읍간선으로 갈라진다. 물공급 기간에는 이곳 취입수문에서 강 본류로의 흐름을 막고 김제간선과 정읍간선으로 향하는 수문을 열어 물길을 돌리고 있는 것. 김제간선은 낙양취입구에서 동진강 북측으로 신태인 평야와 벽골제 등을 지나 김제 백산면 백산제(白山堤)및 만경면 능제(菱堤)의 양수저수지등에 용수를 공급,1만5천5백여ha의 김제평야에 물을 공급한다.

 1927년 2월에 준공된 이 용수간선의 길이는 낙양 취입구에서부터 약 26㎞이며 기점에서의 폭은 14.5m다. 또 정읍간선은 정우(淨雨)면 대사(大寺)리를 지나 동진강 남측의 수금(水金)․이평(梨坪)평야를 적시고 부안군 백산면까지 20여㎞를 흘러 약 2천4백여ha의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용수간선에 연결된 지선과 함께 1927년 2월에 준공됐으며 기점에서의 폭은 3.64m로 김제간선보다 그 규모가 훨씬 작다. 정읍 칠보면 섬진강수력발전소에서 부안 하서면 계화도 인근 청호(晴湖)저수지까지 67㎞의 구간을 연결하고 있는 동진강도수로는 옥정호의 수자원을 계화도 간척지구로 끌어들이기 위해 조성된 수로다. 즉 1968년 계화도 간척사업 방조제공사 완공으로 그 안쪽에 조성된 농경지의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인근에 청호저수지를 축조, 섬진강발전소에서부터 이 저수지까지 도수로를 건설한 것이다. 1969년 기간공사인 도수로 공사가 준공된 후 지속적인 보완사업과 함께 1971년부터 1981년까지 각 구간별로 지선(支線)개설과 양수장 등 관개시설 공사를 실시, 안정적 용수공급을 위한 토대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섬진강발전소에서 발전에 사용된 물은 동진강도수로를 통해 주변의 수리불안전답과 야산지대 경작지를 적시면서 부안 계화도로 이동, 청호저수지에 저수되었다가 영농기에 간척지 관개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곳곳에 설치된 도수터널을 통해 산간지역을 빠져나오는 이 도수로는 섬진강발전소 구내에서부터 동진강본류와 그 물길을 달리하고 있다. 발전소 인근에 위치한 농업기반공사 동진지부 칠보출장소 직원이 발전소 구내에 설치된 수문을 조작, 도수로와 동진강 본류로 방류되는 유량을 시기별로 조절한다. 즉 겨울철 비영농기에는 동진강도수로의 물길을 차단,강 본류로만 물을 보내고 영농기에는 옥정호의 물을 양쪽에 일정한 비율로 나눠 흘려보내게 된다. 섬진강발전소 방류구를 빠져나온 도수로의 농업용수는 정읍 칠보․태인면 구간과 부안 주산(舟山)․상서(上西)면등 강 남서부 구릉지대를 지나면서 수리불안전답 7천여ha를 관개하고 계화도(界火島)에 이르러 약2천7백ha의 간척지를 적신다.

 이처럼 인위적으로 설치된 도수시설에 농업용수를 집중적으로 흘려보내는 기간은 매년 4월부터 9월까지다. 관개기간이 시작되는 4월1일 농업기반공사에서는 정읍간선과 김제간선이 갈라지는 정읍 태인면 낙양취입수문에서 통수식(백파제)을 갖고 용수간선의 수문을 내릴 때까지 1백80일 급수작전에 돌입한다.(낙양취입수문과 통수식 관련 내용은 다음에 상세히 소개) 강 유역 각 용수간선과 도수로에서의 농업용수 사용량이 많은 영농기에는 홍수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낙양취입수문에서 강 본류로 방류되는 수문을 아예 닫아 놓는다.

 또한 가뭄으로 용수간선과 도수로의 수량이 부족했을 경우에는 양수시설을 이용, 원평천과 고부천등 주변하천의 물을 퍼 올려 보충하기도 한다. 이들 도수시설은 비영농기인 11월말 현재 수문조절로 인해 곳곳에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농사에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 놓은 도수로에 물을 흘려보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농기에는 강 본류보다 용수간선의 유량이 오히려 많아 농업용수 공급에 치중, 계절에 따라 변하는 하천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1981년 동진농조(현 농업기반공사 동진지부)에서는 통수식이 열리는 4월1일을 ‘물의 날’로 지정했다.

 

한 근원 섬진강 물줄기

구천리 수로(水路)타고

백갈래로 퍼져가니

호남평야 젖줄이라.

 

세세년년(歲歲年年) 풍년들어

새 생명이 약동(躍動)하니

물의 날을 지정하여

영원토록 기념하리.

(1981년 4월1일‘물의 날’지정을 기념, 당시 동진농조에서 낙양취입수문 기념비 아래에 새긴 글)

  낙양리 취입수문에서 기념촬영을 한후 탐사대는 일제강점기 조선백성의 삶과 애환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신태인읍 화호리의 구마모토 농장주 가옥으로 향했다.

시계는 어느덧 오후 3시25분을 지나고 있었다. 백산교를 지나 강광 정읍시장의 출생지로 알려진 구사마을을 통과하며 낙양리 취입수문을 통해 방류된 물이 왕신여고를 휘감아 흐르는 김제간선을 따라 달렸다.

물길과 함께 달리다 보니 문득, 이 물이 섬진강물인지... 동진강물인지...

엄밀히 따지면 동진강 상류로 방류된 옥정호의 물이, 낙양취입수문에서 김제간선과

정읍간선으로 갈라졌으니 섬진강과 동진강물이 적당히 섞여 있으니 원소속이 어디인지 알길이 없을 듯하다.

4차선도로를 따라 신태인까지 내달리다 “교통이 발달하고 4차선이 생기면서 그 옛날 어렸을 적 마을의 형태가 너무도 빠르게 변한다고 아쉬움을 내밷는 채형순씨.

 10여분 남짓 달려 신태인읍 화호리 숙구지 3길앞에 도착했다. 도로마다 이름을 붙이고 건물마다 번호를 부여하는 새주소명에 따라 숙구지 3길이란 도로명판이 붙어있었다. 탐사대 일행이 모두 하차해 일제강점기 신태인 지역의 대지주였던 구마토모 농장주의 가옥으로 향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신태인에는 도정공장과 교회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주재소 역시 2곳이나 있었다고 하며 구마모토 가옥은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가옥으로 지금도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고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대지주였던 구마모토 농장주의 가옥. 현재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 구마모토(熊本) 농장주 가옥 (정읍시 신태인읍 화호리)

 화호(禾湖)라는 지명은 주변 김제시 부량면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초의 삼한시대 저수지인 벽골제(벼고을의 의미)와 관련된 지명으로, 본래 태인군 용산면 구역이며 속칭 숙구지(宿驅地-宿狗地)라 불렀다. 한 때 면 행정의 중심지로 면사무소가 있었으나 호남선 철도(1912년)가 개설되면서 신태인리로 옮겨지게 되었다.

 특히 이곳은 옛날 부안군 백산면(조선시대 고부군 관할지역) 원천리로 가는 나루터가 있었다. 지금은 나루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으나 한때는 인근 고잔(古棧:백산 앞쪽마을로 동진강 하류지역, 원래는 ‘곶안’으로 해안지역의 지명임)까지 젓배가 드나들었으면 이곳을 통하여 군산으로 쌀이 반출되기도 하였다. 풍수지리에 의하면 이곳이 마치 개가 자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숙구지(宿狗地)라 하였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의 토지부호들이 많이 살던 지역으로 구마모토(熊本利平)라는 만석꾼이 이곳에 와서 지형을 살펴보고 풍수지리로 개가 입을 웅크리고 있는 지점(화호 서쪽의 당산이라는 10여 미터 높이의 낮은 언덕의 남쪽사면)에 창고를 지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농촌위생연구소로 발족된 웅본(熊本)농장의 부속병원이 광복 후에 화호병원이 되었다. 일본 사람이 많이 살아서 그들의 ‘소학교’가 이곳에 있었으며 광복 이후에는 그 자리에 화호 용산국민학교가 개교되었고 뒤에 화호여자중학교(1952년)가 생겨나 배구운동을 잘하여 유명하며 전국을 석권하기도 하였다. 이 학교가 지금의 인상고등학교의 전신이다. 또한 이곳은 조선시대 감자가 생산되어 임금에게 진상하였다는 구전이 있어 지금도 남을 비방하거나 욕지거리를 할 때 “봉지 터진 숙구지 감자나 먹어라”라는 말이 있다. 한때 이북에서도 정읍은 몰라도 숙구지라고 하면 알 정도로 감자가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구마모토 농장주 가옥과 위생병원을 둘러 본 후 한때 체신업무를 봤던 전형적인 일식 건물인 우체국앞에서 발길이 멈춰졌다. 원형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긴 했으나 전혀 돌보지 않아 폐가의 모습이었고 마당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신태인 화호리. 사진은 우체국으로 사용되었던 일식 목조건물

 

보존가치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만, 마냥 방치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진 신태인 화호리에서 이번 탐사에 함께한 일본인 가나이(호서대 문화기획학과) 교수에게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1987년에 한국에 왔으니 올해로 22년째 살고 있는 친한파 가나이 교수의 말이다.

“이번 탐사를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정읍의 또 다른 모습과 문화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친목과 우의를 다진 좋은 시간이었다. 고향이 많이 그리웠는데, 향수를 느끼기도 했고, 한국인에게는 아픈 역사겠지만 좋은 쪽으로 해석해 보면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온지 22년이 되었다는 일본인 교수 가나이씨가 2차 탐사에 함께 했다.

드디어 2차탐사의 마지막 종착지가 될 정우면으로 향했다.

정우면은 정토면과 우일면이 합쳐져 이뤄진 지명으로 동진강도수로상에 위치한 소수력발전소가 있는 정우면 대산리에 도착했다.

 

□ 정우소수력발전소

[박래철 블로그 ‘뿌리기픈’ 2006년 08월 14일자에서 발췌]

정우소수력발전소는 정읍시내에서 승용차로 찾아 가자면 수성동 제2공단에서 좌회전하여 신태인 방면으로 가던 도중 정우면에 들어섰을 때 우측을 바라보면, 낮은 구릉이 평야를 만나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평소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나가면서 ‘이상하게 생긴 저 시설은 과연 무슨 일을 하는 곳일까’ 라는 호기심은 가져도 막상 이곳을 찾은 이들은 드물 것이다. 이곳은 행정구역상 정읍시 정우면 우일리 남산마을 뒤편에 있으며 한국농촌공사 소유의 전기발전시설이다. 칠보발전소에서 시작하여 부안 청호저수지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동진강 도수로’(67킬로미터)의 중간쯤에 해당하는데, 구릉성 산지가 평야부와 만나 20미터 가까운 기복을 형성하였고, 이곳에 터빈을 설치하여 물의 위치에너지를 이용한 수력발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터빈이 돌아가기 시작한 것은 1985년이었으니 벌써 20년이 지났다. 처음엔 개인이 운영하였으며 스웨덴 기술자들이 터빈을 가져와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5~6년 후 경영이 악화되어 부도처리가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한국농촌공사가 직접 운영하고 여기서 생산된 전력을 한전에 판매하여 자체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물론 농업용수 공급이 주목적인 도수로 상에서 이루어지는 발전(發電)이기에 농사철이 지난 갈수기에는 전력생산이 중단되는 약점이 있다.

참고로 소수력(小水力)발전소의 기준은 전력용량 3,000kWh 이하라고 하는데 이곳 정우 소수력 발전소는 최대 전력용량 2,000kWh라고 한다. 대형 발전소에 견주었을 때, 대략 백분의 1 이하의 작은 규모이지만 이런 소수력발전소가 전국적으로 널리 확산되었을 때 에너지 수급에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동진강 도수로’의 중간쯤에 위치한 정우소수력발전소. 이곳에 터빈이 설치되어 물의 위치에너지를 이용한 수력발전을 시작한 것은 1985년부터라고 한다.

 

최근 우리 정부도 소수력 발전소를 더욱 늘리겠다고 발표하였는데, 정읍에서 그 가능성이 타진되는 곳은 내장, 입암, 용산, 수청저수지 등 4곳이라고 한다. 그 외에 개인이 신청하여 계획 중인 곳은 동진강의 상류인 칠보면 무성보(洑)를 비롯한 주변 몇 군데라고 하는데, 낙차는 작지만 수량이 풍부하여 그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한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원자력과 화력을 기저(基底)전력으로 삼고, 수력, 태양력, 풍력 등 이른바 신 재생 전력(현재 우리나라 전력의 3% 정도)을 보조전력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위에 열거한 각각의 전력은 초기단계의 투자비와 이후 효율성면에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전 지구적으로 강조되는 환경문제를 고려하여, 이제 우리나라도 매연을 배출하는 화력발전과 핵폐기물을 처리해야하는 원자력보다는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서라도 청정에너지 공급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유럽에서는 이미 프랑스를 제외하고 원자력 발전을 거의 멈추었다고 한다. 그리고 신 재생전력의 비율을 점차 높이고 있다고 한다. 효율성보다는 환경을 선택한 결과라 여겨진다. 1997년에 발효한 ‘교토 의정서’라고 하는 것도 온실효과로 인한 지구기온상승을 막기 위해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하자는 선진국들의 약속인 것이다. 하지만 요즘 여름이 해마다 더워지는 걸 보면 선진국들이 환경보존보다는 경제성장에 여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이다.

앞으로 정읍의 2세들이 아직은 정읍에 유일한 정우소수력발전소를 즐겨 찾아 오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수력발전의 기본원리를 배우고 친환경적 에너지의 필요성도 느끼고, 나아가 에너지를 절약하는 마음까지 갖게 될 때 우리의 미래는 좀더 푸른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동진강과 섬진강의 물길이 이어진 동진강도수로를 따라 정읍산하의 아름다움을 되새김 했던 동진강탐사대의 두번째도 탐사도 뉘엿뉘엿 지는 해와 함께 그 긴 하루를 마감했다.

 

동진강도수로를 따라 정읍산하의 아름다움을 되새김 했던 동진강탐사대의 두번째도 탐사의 마지막 코스인 정우소수력발전소에서.

            • 글/ 오승옥

• 사진/ 강건양

• 자료 및 탐사해설/ 박래철

• 탐사기획/ 푸른정읍의제21(추) &밝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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