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미움은 다툼을 일으키지만 사랑은 모든 허물을 덮어줍니다>

▲ 겨울을 앞두고 있는 단풍나무들은 치열한 혹한과 싸우기 위해 자기비움을 실천한다.
아침 출근길.
노란 은행잎이 보도블럭을 뒤덮고 있었습니다.
한솔초등학교 귀퉁이에 다소곳이 둥지를 튼 노란 은행나무의 고운 자태가 총총히 직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에게 손짓하지만 묵묵부답입니다.
출근길 시민들의 표정에서도 희망보다는 무표정의 절망이 묻어나는 듯 합니다.

가을에는
슬프면 슬퍼하고
그리우면 그리워하고
억지로 슬픔을 감추고 그리움을 감추지 마십시오.
어차피 인생은 고해의 바다입니다.

▲ 정종인발행인
각박하고 절박한 세상입니다.
선악의 구조에 얽매어 있는 세상사람들은 불통의 시대를 건너고 있습니다.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합니다.
대선을 앞둔 요즘
우리사회는 매일 쏟아지는 후보진영의 폭로전으로 생채기가 가득합니다.
미움은 다툼을 일으키지만 사랑은 모든 허물을 덮어줍니다.

절망의 밤이요 어둠의 밤을 혼자 건너고 있지는 않습니까?
어두운 밤의 골짜기를 걸어가다 보면 낮에는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이기도 합니다.

세상에 빛이 왔는데
세상은 그 빛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포기하지 마십시오.
포기는 배추밭에만 있고 실패는 수선점에만 있습니다.
오늘 내가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는 하루 보내세요.
오늘은 남은 내인생의 첫날입니다.

한편의 시를 띄웁니다.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편집자주-정종인 발행인은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전남매일신문사와 전라일보 문화체육부장등을 거친 언론인으로 전북과학대학교 전공교수(미디어영상계열), 씨앗나눔재단 공동대표, YMCA 이사와 교차로신문사 편집국장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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