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장의 <딴생각> 정읍천 물놀이장 '예찬'

▲ 물썰매장을 찾은 아이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지루했던 장마가 스르르 꼬리를 감추고 오랜만에 찬란한 햇살만이 가득한 일요일. 
비구름들이 가득하던 하늘은 온통 잠자리떼들의 차지입니다. 오늘은 우리 아들 제연이의 세 번째 생일날, 여름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하는 제연이에게 뜻하지 않게 멋진 선물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이 불어서 연기되었던 <정읍천 청소년 물놀이장>이 바로 오늘 개장을 한 것입니다.
다리 분수도 시원하게 물을 뿜고, 계단 분수도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춤을 추기 시작한 시간은 오전 10시- 아침 산책길에서 이를 본 제연이가 춤을 춥니다. 돌이 지나면서 제연이의 여름은 물놀이장에서 시작되곤 했습니다.
저희 집이 바로 물놀이장 옆 이여서 제연이는 6월부터 물놀이장 가자고 조르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조금 늦은 개장이여서 더더욱 기다렸던 모양입니다. 이제 겨우 4살 먹은 녀석에게도 이렇게 간절하게 기다리는 것이 있다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사실 물놀이장 개장을 기다리는 것은 제 아들 녀석만은 아닙니다.
서울 사는 처제도 여름 휴가를 정읍으로 오면서 물놀이장 개장은 했냐고 묻고 내려옵니다.
방학 때면 외삼춘 집으로 놀러오는 조카들도 바닷가보다 집 옆 물놀이장을 더 좋아합니다. 집사람 친구들인 새침떼기 서울아가씨들도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정읍 사람인 제가 볼 땐 뭐 별거 없는 물놀이장인데.
서울엔 어마어마한 규모의 워터테마파크가 있고 인공 파도 풀에, 초대형 슬라이드까지, 눈이 돌아갈 만큼 멋진 것들 투성인데 도대체 이 물놀이장이 뭐가 좋다는 건지.
그래서 정읍천 물놀이장 광팬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도대체 뭐가 그리 좋은지를요 일단 무료라는 것이 좋답니다.
용인에 있다는 캐러무슨 베이 수영장에 가려면 몇십만원은 든답니다. 슬라이드 같은 시설물을 이용할 때도 따로 돈을 내야하는 경우도 많고, 먹을 것 사먹는 돈도 만만치 않고 아무튼 크고 화려할수록 돈이 많이 든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물놀이장 꼴불견들이 없는 점이 좋다고 하네요.

요즘 잘 나가는 수영장엘 가보면 초미니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청춘 남녀들의 애정 행각이 도를 지나쳐 아이들 보여주기 민망한 경우가 많답니다. 썬탠한다고 기름칠을 한 채 아예 벗고 계신 분들도 있다네요. 세 번째는 사람들이 붐비는 수영장 일수록 소독약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자연 그대로 흐르는 정읍천 물이 너무나 깨끗하다는 것입니다.

뭐 이밖에도 기타등등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이유는 다 다르더군요. 그런데 정읍천 물놀이장 광팬들이 꼽은 최고의 매력은 바로 바로 정읍 아이들입니다. 뭐 별다른 놀이시설도 없고 초라한 슬라이드 하나 뿐인 물놀이장에서 너무나 재미있게 노는 정읍 아이들의 얼굴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답니다. 오백원짜리 핫도그를 너무나 너무나 맛있게 먹어서 자기들도 모르게 침이 고이게 만든답니다.

삼삼오오 친구들끼리만 손잡고 자유스럽게 다니는 모습도 서울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랍니다. 겉이 화려하면 할수록 그 마음을 엿보기 힘들다고 하죠. 돈 많이 들이고, 이것 저것 화려하게 꾸며진 물놀이장 이였다면 가려졌을 우리 정읍 아이들의 행복한 미소가 오히려 소박한 천변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올 여름 정읍 어른들은 할 일은 우리 아이들이 더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열심히 일 하고, 되도록이면 아이들 보는 앞에선 부부싸움 하지 말고, 공부하란 타령도 조금씩 자제해야겠습니다.
돈 없고 공부 못해도 행복한 아이들이 가득한 도시- 제가 꿈꾸는 정읍입니다.

▲ 문사정회장인 김석환편집위원
<편집자주> ‘다른 생각’은 세상의 창을 여는 아이콘, 인류의 발전을 견인하는 발상의 전환입니다

김석환관장은 1969년 정읍 덕천 출생 현재 하늘,땅,우리몸짓 택견관장,문화를사랑하는정읍사람들회장,한살림 이사 ,자연건강법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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