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초대시-안도현

▲ 정읍시 산내면 구절초동산에 구절초가 만개했다.<정읍시산내면 구절초동산=정희찬학생기자>
구절초의 북쪽
                                                 안도현


흔들리는 몇송이 구절초 옆에
쪼그리고 앉아본 적이 있는가?
흔들리기는 싫어, 싫어, 하다가
아주 한없이 가늘어진 위쪽부터 떨리는 것
본 적 있는가? 그러다가 꽃송이가 좌우로 흔들릴 때
그 사이에 생기는 쪽방에 가을햇빛이
잠깐씩 세들어 살다가 떠나는 것 보았는가?
구절초, 안고 살아가기엔 너무 무거워
가까스로 땅에 내려놓은 그늘이
하나같이 목을 길게 빼고, 하나같이 북쪽으로
섧도록 엷게 뻗어 있는 것을 보았는가?
구절초의 사무치는 북쪽을 보았는가?

무식한 놈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을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 구절초는 사랑이다.<정읍시산내면 구절초동산=정희찬학생기자>
<편집자주>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와시학 젊은 신인상,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이수문학상, 윤동주상 등을 받았다.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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