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수 있는 물이 나오는 샘터, 우물터는 한 마을의 시작점

▲ 정읍시 신정동 정해마을 우물터

"정읍은 ‘물’ 좋은 곳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안사람, 제연이 엄마는 서울 여자입니다. 서른하고도 다섯까지 노처녀로 살면서 하고 싶은 일 실컷 하고, 가고 싶은 곳 맘대로 가보고, 만나고 싶은 사람까지 원 없이 만나면서 살아온 모양입니다.

그런 여자 분께서 인생의 종착역으로 택하신 천하명당자리가 바로 바로 ‘정읍’입니다. 도대체 정읍의 어떤 매력이 한 여인을 하던 일 다 내던지고 친구하나 없는 정읍으로 낙향하게 만들었을까 궁금하십니까?

서울에서도 한마디로 ‘물’ 좋기로 유명한 압구정동, 청담동, 여의도, 홍대가 주무대였지만, 그 곳에서 결정적으로 ‘건강’을 잃었다고 합니다. 과로와 스트레스, 음주가무, 무한경쟁, 공해, 패스트푸드가 범벅인 생활 이였던 모양입니다.
손가락하나 꼼짝 못할 상황에 이르러서 한 지인으로부터 정읍에 사는 김 관장 얘기를 들었다고 하네요. 정읍에 사는 택견 관장인데, 집안 가득 몸에 좋은 신비한 약초를 쌓아 놓고 있고, 말만 잘하면 거저 내 주는 사람이니 한 번 내려가 봐라 하더랍니다.

그 말만 믿고 아픈 몸을 이끌고 내려 온 서울 아가씨에게 “헛소문 듣고 오셨네요, 그냥 돌아 가시죠” 하자니 시골 인심에 그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산삼이라도 사서 꼬실 형편도 안 되고, 저 고민 많이 했습니다. 일단 정읍에 내려 온 김에 편히 쉬다 가라 했습니다.
그 날부터 제가 한 일은 북면에 있는 절집에서 약수를 떠다 주는 것 뿐 이였습니다. 다만 물을 냉장고에 넣어 차게 식히지 않고 그냥 마시게 했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워낙 냉장고에서 차게 식힌 물을 먹던 습관이 있는 사람에게 상온의 물을 마시게 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입니다.
차게 식힌 물은 입에는 좋지만 우리 몸에는 여러 가지 부담을 주게 마련입니다. 특히 신장의 기능이 떨어 진다고 하네요 이 습관 하나만 바꿔도 우리 몸은 훨씬 편안해집니다.

서울 여자도 한 두 달이 지나자 무슨 신비한 약초를 먹은 듯 몸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절집 약숫물과 제가 늘 먹어오던 촌스런 시골 밥상이 산삼 노릇을 톡톡히 해 낸 것입니다.

 며칠 전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한강르네상스라더니 정말 한강 주변을 따라 공사가 한창 이였습니다. 한강을 가로막고 있던 도로를 땅 밑으로 묻고, 서울을 워터프론트 시티(Water front City), 베니스 같은 친수 도시로 만든다고 합니다. 보기도 좋고 돈도 되는 한강시대가 열릴 거라고 합니다. 이름 한 번 거창하고, 비전 또한 멋진 이 도시계획을 보면서 저는 정읍을 생각했습니다.

도시 이름 그 자체부터 물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우리 정읍은 지금 무얼 하고 있나, 서울처럼 보기 좋고 돈 되는 물길을 찿다가 정말 중요한 사람 살리는 물길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이였습니다.
식수원인 팔당호의 오염 문제 하나 해결 못해 맘 놓고 마실 물도 없으면서, 보기 좋고 놀기 좋고 돈 되는 물길 먼저 생각하는 서울을 보면서 우리 정읍이야말로 서울이 놓치고 있는 물의 본질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부터 사람과 가장 친한 물은 마실 수 있는 물이였습니다.
마실 수 있는 물이 나오는 샘터, 우물터는 한 마을의 시작점 이였습니다.
목숨처럼 중히 여겼고, 자기 몸보다 정갈하게 가꾸던 곳이 바로 우물자리였습니다. 자식을 낳아보니 태아가 자리 잡고 있는 탯자리 또한 양수라는 물자리로 이루어져 있더군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도 결국 바다로부터 시작되었구요.

▲ 김관장과 그의 희망 제연이.

일단 물부터 살려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맘 놓고 마실 수 있는 물부터 찾아 놓고, 그 좋은 물 갖고 보기도 좋게 하고, 돈도 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실 물은 전부 돈 주고 사먹는 이 시대 정읍이 답을 제시해야 합니다. 마시기 좋은 물을 뛰어 넘어, 마시면 약이 되는 우물 터을 되찾아야 합니다.

보기 좋고 놀기 좋은 물만이 넘쳐나는 이 때 마시기 좋은 물이야말로 바로 정읍의 블루오션 아닐까요?
물테마파크를 만드는 담당공무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때입니다.
제가 약숫물로 서울여자를 꼬셨듯이, 정읍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석환관장은 1969년 정읍 덕천 출생 현재 하늘,땅,우리몸짓 택견관장,문화를사랑하는정읍사람들회장,한살림 이사 ,자연건강법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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